이젠 ‘남조선’ 아니고 ‘대한민국’…北 김여정, 표현 바꾼 속내는
김여정, 담화 때 입에 올려 주목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등 사용
“美 공군 EEZ 무단 침범 지속 땐
위태로운 비행 경험할 것” 위협
현정은 방북 거부 입장 발표 당시
첫 등장 ‘외무성 김성일’ 파악 안 돼
EEZ는 사실상 영해이나 국제법에 따라 상공 비행은 가능하다. 그런데도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건 이번 정찰 활동이 김 총비서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왔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 전략정찰기와 무인정찰기가 (…) 우리의 전략적 종심지역에 대한 도발적인 공중 정탐행위”를 벌였다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우리 군이 북한 주장을 ‘사실무근’으로 규정한 데 대해 북한은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군부 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막말도 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 볼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한,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 운운하는 것은 최근 북한이 보이는 2국가(‘투 코리아’) 체제 맥락에서 이해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제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 관계로 보겠다는 것으로, 투 코리아 경향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거부 입장을 담은 대남 메시지를 통일전선부나 통전부와 연관된 대남기구 대신 외무성을 통해 내놓았다. 당시 입장 발표에 쓰인 명의는 ‘외무성 김성일 국장’으로 표기됐다. 외무성에는 아시아1국, 아시아2국, 유럽 담당 등 여러 부서가 있는데 ‘김성일’의 부서나 역할은 표기되지 않았다. 통일정보 포털에 따르면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 김성일’이라는 인물의 존재가 확인되지만, 동일인인지 알 수는 없다.
정부 관계자는 김성일이 외무성 내 아시아 담당일지, 아니면 대한민국 담당이 신설된 것인지 등에 대해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북한에서 ‘김성일’이라는 이름은 흔하고 동명이인이 많아 현 단계에서 추정이 쉽지 않다는 설명도 내놨다.
일련의 상황은 북한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서 남북관계 규정을 폐기하고 앞으로 남측을 ‘외국’으로 대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이 공표한 정비례 원칙을 군사적 차원을 넘어 전 분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통일부 장·차관을 모두 부내 인사가 아닌 ‘외교통’으로 내정 또는 임명하며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이는 통일부 위상 추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평소 ‘북한 체제 붕괴 후 주민이 원할 시 남한이 흡수해 주는 통일’을 주장해 온 ‘조건부 흡수통일론자’다.
김예진·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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