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외교적 승부수’ 빛났다…‘스웨덴 딴지’ 철회로 얻은 것은

이예림 2023. 7. 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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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스웨덴 정상회담
나토 사무총장 중재로 전격 합의
스웨덴 “튀르키예 EU 가입 지원”
바이든 “에르도안과 함께할 준비”
美 의회, F-16 수출 보류 재고 시사
“내주 튀르키예에 공급 결정 논의”
우크라 나토 가입 여부 남은 의제
바이든, MAP면제 동의 의사 밝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이단아로 불렸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하며 외교적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화답하듯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기로 약속했고,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에 부정적이었던 미국 의회는 재검토를 언급했다. 난제를 털어 낸 나토 정상들은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논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동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토는 전날 빌뉴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간 3자 회담이 열린 뒤 언론 발표문을 내고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안 처리를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여당 연합이 의회 과반을 점유 중인 데다 야권은 특별히 반대하지 않고 있고, 함께 몽니를 부렸던 헝가리도 11일 외무장관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 절차를 완료하는 것은 이제 단지 기술적 문제일 뿐”이라고 밝혀 스웨덴의 나토 합류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을 중재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의 스웨덴 나토 가입 지지는 동맹국들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역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대서양 방위 강화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 튀르키예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회원국 정상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러시아와 134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댄 핀란드가 지난 4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된 데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 나토 영역은 발트해를 넘어 약 1609㎞ 늘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웨덴의 가입은 “북유럽에서 힘의 균형을 바꾸고 이 지역을 러시아 군함과 전투기를 견제하는 관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냉전 시기 소련에 대응해 12개국이 발족한 서방 군사 동맹체의 규모, 역할, 위상이 더욱 확장된다는 의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오른쪽)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바라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은 나폴레옹 전쟁(1803∼1815) 이후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합류에 완강히 반대해 왔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가입 문제를 지렛대 삼아 튀르키예 숙원인 EU 가입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회담 언론 발표문에는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빌뉴스로 향하기 전 “50년 넘게 EU 문 앞에서 기다려 왔다. 튀르키예에 문을 열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튀르키예가 2021년부터 추진했던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미국 무기·장비 패키지 구매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튀르키예의 러시아제 방공 체계 도입 등을 문제 삼아 F-16 판매에 제동을 걸었던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가능하다면 다음 주에 튀르키예에 대한 F-16 공급 결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원과 협의해 F-16 이전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나토 정상회의의 남은 의제는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로 압축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9월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지만 회원국 대다수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나토 집단방위 조항에 따라 지금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경우 31개 회원국 전체를 러시아와의 전쟁에 끌어들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향후 나토에 신속히 가입할 수 있도록 정치·국방·경제 개혁 관련 절차(MAP·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를 면제해 주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1일 “결론적으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회원이 될 것이고, MAP 적용을 제외할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동의 의사를 밝혔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합류 가능 시점이 현상 동결, 휴전, 종전 중 어느 때가 될지 “시간표를 정할 수는 없다”고 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러시아에 테러를 계속할 동기를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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