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대신 동생이 영입한 ‘스타벅스 신화’... 74세 이석구 이번엔 신세계百 띄운다

김은영 기자 2023. 7.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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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자주 이어 신세계百 ‘공간 혁신’ 맡아
11년간 스타벅스 매출 7배 키운 그룹 내 최장수 CEO
신세계 강남·광주신세계 혁신 이끌까

‘스타벅스 성공 신화’를 쓴 이석구(74) 전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사업부문 대표가 지난 5월 말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로 자리를 옮기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서 11년간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 대표를 역임하며 스타벅스의 국내시장 안착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그래픽=손민균

◇스타벅스·자주 이어 신세계 ‘공간 혁신’ 맡은 ‘노장’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의 리뉴얼(재단장) 점포와 신규 점포 등의 공간을 구상하는 ‘공간 혁신’ 책임자로 나섰다. 그는 신세계로 자리를 옮긴 지 한 달여 만에 콘텐츠개발팀을 만들고 공간 계획을 짜는 등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신성장추진위를 맡은 후 신세계 기획관리본부 산하에는 이 대표에게 직속으로 보고하는 ‘뉴비즈’ 담당 부서가 신설됐다. 상무급 임원 1명, 과장급 팀원 1명으로 구성된 이 부서는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진행하는 공간 프로젝트와 관련한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분석하고 이 대표에게 보고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성장추진위는 백화점의 미래를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임무를 가진 곳”이라며 “이 대표는 공간 혁신을 통해 스타벅스를 성장시킨 점을 높이 평가 받아 추진위 대표로 영입됐다. 현재 리뉴얼을 앞둔 강남점과 광주신세계 등 신규 프로젝트에 많은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신성장추진위 만들고 이 대표 영입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백화점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며 저성장 기조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늘어난 명품 수요에 호실적을 누린 백화점은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명품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 감소한 11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0%에 달했던 명품 성장률이 올해 1분기 7%에 그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는 이런 분위기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시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신세계 제공

이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3대 명품을 모두 보유하며 업계 1위 점포 위치를 공고히 한 신세계 강남점에도 부정적인 신호다. 특히 최근 들어 업계 2위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롯데월드몰을 공격적으로 리뉴얼하며 맹추격하고 있어, 신세계의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스타벅스 공간 혁신 이끈 주역... 신세계 강남·광주신세계 혁신 이끌까

이 대표는 앞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를 역임하며 스타벅스의 국내 시장 안착을 주도했다. 매장에 무료 와이파이와 전기 콘센트를 설치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업계 최초로 스타벅스 카드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선보였다. 또 모바일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처음 도입해 미국 본사로 역수출했다.

이를 통해 2008년 270개 매장에서 17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한국 스타벅스는 2018년 1262개 매장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을 평정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 대표는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긴 지난 2020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운영하는 이마트 산하의 스타벅스에서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운영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호사가들 사이에선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신세계그룹 내부에선 이 대표의 이력을 고려하면 ‘수긍할 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당시 업계에선 그를 탐하는 회사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 대표는 ‘취미가 임원, 특기가 대표’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는 신세계그룹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자주 사업부문으로 옮긴 후에도 이 대표는 ‘쿨에어’ 등 직접 입어보고 피드백하며 ‘값싼 속옷’ 열풍을 일으키며 연 매출 3000억원 브랜드로 띄웠다.

신세계에 새 둥지를 튼 이 대표에게 주어진 미션은 스타벅스를 한국인이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었듯 신세계백화점을 ‘사랑받는 백화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최근 지하 식품관 리뉴얼 작업에 들어간 강남점과 확장·이전을 앞둔 광주신세계의 점포 혁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점의 경우 현재 빈 곳으로 남겨져 있는 강남점 면세점 공간(총 3000평)을 내년까지 어떻게 만들어 낼지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 공간을 식품관의 확장 버전인 ‘프리미엄 푸드 홀’로 만들어 고객들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와인전문관인 ‘보틀벙커’를 넘어서는 대규모 와인 전문관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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