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과학용어] 친환경 ‘그린수소’ 핵심 기술은 수전해

송복규 기자 2023. 7.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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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고갈·기후변화의 위협… 대안으로 수소 주목
탄소 배출 없는 그린 수소 잡아라… 수전해 기술 개발 ‘속도’
생산·저장·운송 공급망 구축… 활발한 실증 필요해
독일 서부 도시 마인츠에 위치한 풍력에너지 기반 수소생산시설 ‘에네르기파크 마인츠’ 전경. 독일 대표 제조기업 지멘스의 PEM 수전해 설비를 사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한다./Siemens

최근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상고온과 기록적인 폭우, 가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를 보면 2011~2020년까지 지구 온도는 섭씨 1.1도 상승했습니다. 이중 인간 활동 영향이 섭씨 1.07도를 차지했습니다.

수소는 석유자원의 고갈과 탄소 중립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면서 뜨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엔 ‘수소 경제’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이는 제레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2002년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전 세계 에너지 수요량의 160배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고, 공해를 만들지 않는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가장 적격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소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이 널려있습니다. 다만 수소를 쓸 수 있게 만들고, 보관하고, 운송하는 일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수소는 인류에게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까요. 장종현 한국과학기술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장과 함께 수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전북 익산시의 수소 충전소./뉴스1

◇그레이·블루·그린… 수소에 색깔이 있다?

흔히 수소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면 그레이(Grey) 수소나 블루(Blue) 수소, 그린(Green) 수소와 같은 단어를 볼 수 있습니다. 수소는 무색, 무취인데 무슨 말일까요? 이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회색에서 시작해 녹색으로 갈수록 진정한 청정 에너지원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현재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인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메탄으로 생산됩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를 그레이 수소라고 합니다. 그레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하면 블루 수소가 됩니다. 블루 수소의 이산화탄소 제거율은 85~95%로, 엄밀히 말하면 저탄소 수소이고 과도기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린 수소입니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에너지로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물을 분해하는 생산 방식입니다. 물의 전기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수전해’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수소 에너지 기술은 대부분 이 수전해를 뜻합니다.

수전해 설비 종류 그래픽./SK E&S

◇수소 경제의 핵심 ‘수전해’… 종류도 여러 가지

대표적인 수전해 방식은 ‘알칼라인 수전해(AEC)’와 ‘고분자전해질 수전해(PEM)’, ‘음이온 분리막 수전해(AEM)’,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가 있습니다.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방법과 수전해 설비에 적용되는 장치에 따라 구분되고, 각자의 특성에 따라 장단점도 뚜렷합니다.

AEC는 알칼라인 전해액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수전해 기술 중 연구가 오래된 편인 만큼 현재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촉매로 비귀금속을 사용해 저렴하고 생산 구조가 단순해 대량 생산에도 적합합니다. 하지만 알칼리 성분으로 인한 부식, 낮은 전류밀도 효율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PEM은 고분자 전해질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전류밀도와 에너지 효율이 높아 소형화가 가능한 방식입니다. 화합물 없이 물만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수소 순도도 높은 편입니다. 다만 촉매로 백금 같은 귀금속을 사용해 생산 단가가 높은 게 문제입니다.

AEM과 SOEC는 차세대 수전해 기술로 꼽히는 방식입니다. AEM은 AEC와 PEM의 특징을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음이온 분리막을 전해질로 사용합니다. 저가의 촉매를 쓸 수 있고 낮은 전력에서 잘 작동합니다. 또 고압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SOEC는 고체산화물 전해질로 섭씨 800도의 수증기를 전기분해하는 특이한 과정을 거칩니다. 고체산화물을 쓰기 때문에 부식에 강하고 전해액을 보충할 필요도 없어 설비 유지·보수가 쉽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아직은 연구가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두산퓨얼셀이 생산한 수소연료전지 모습./두산그룹

◇‘옮기고 저장하고’ 수소 활용까지 남은 것들

수소 경제는 생산하는 데 그쳐선 안 됩니다. 생산한 수소를 옮기고 저장하는 것도 수소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고안돼야 합니다. 현재 광에너지를 이용한 광분해법과 열에너지를 활용한 메탄열분해법이 있지만, 상용화하기엔 단가가 너무 높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선 수소를 잘 활용하기 위한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여야 합니다. 수소연료전지는 공급된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촉매의 가격이 비싸고, 부산물로 나오는 물이 성능을 떨어트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자동차뿐 아니라 도심에서 언제든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도 수소연료전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다른 숙제는 운송입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로 이뤄져 있는데, 현재는 기존 암모니아 운송 선박들을 이용하는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운송하면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운송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액화수소로 운송하는 방법입니다. 극저온으로 천연액화가스(LNG)를 옮기는 운송선을 활용하는 것인데, 액화수소는 온도가 더 낮아야 합니다.

장 센터장은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의 삼박자가 맞을 때 글로벌 수소 공급망이 완벽히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많은 연구와 실증 사업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구를 지키며 에너지를 쓰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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