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푸바오’ 여동생들 생겼는데...어미 판다는 쌍둥이 중 한 마리 포기한다

장윤서 기자 2023. 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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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학술지 ‘플로스원’에 오스트리아 빈 동물원 쌍둥이 양육 사례 보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아기판다 ‘푸바오’에게 쌍둥이 동생이 생겼다. 전 세계에서 18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 자이언트 판다들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판다 쌍둥이 양육에 대한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

11일 에버랜드는 푸바오의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 사이에 쌍둥이 암컷 판다 2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출산일인 7일, 엄마 아이바오는 진통을 시작한지 약 1시간 만인 새벽 4시52분쯤 첫째를 낳았다. 이어 6시39분쯤 둘째 판다까지 출산했다. 판다는 곰과 동물 중에서도 새끼 크기가 성체 체중의 약 800~90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아기 판다 자매의 몸무게는 각각 180g과 140g이다.

학계에서는 자이언트 판다가 쌍둥이를 낳으면 대체로 한 마리 양육을 포기하기 때문에 두 새끼가 살아남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보고 있다. 사육사와 수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집중적으로 받는다면 쌍둥이는 무사히 자랄 수 있다. 양육 경험이 있는 어미 판다의 경우 인간의 큰 도움 없이도 쌍둥이를 성공적으로 양육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아이바오와 같은 어미 판다가 인간 손의 도움 없이 아기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출산 직후 엄마 아이바오와 쌍둥이 아기 판다 모습./에버랜드 제공

◇판다 쌍둥이 낳을 확률 최대 50%...국내 첫 쌍둥이 판다 탄생

지난 7일 태어난 자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쌍둥이 판다이다. 판다들이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40~50%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오스트리아, 일본 등 다른 해외 동물원에서도 쌍둥이 판다가 태어난 사례가 있으며, 지난 2014년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세 쌍둥이 판다가 탄생하기도 했다.

쌍둥이 판다가 태어나더라도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 학계에서는 암컷이 새끼 한 마리만 돌보고 다른 쌍둥이는 분만 직후 무시한다고 보고된 사례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암컷이 처음에는 두 새끼를 모두 돌보려고 노력하지만, 몇 시간 동안 쌍둥이를 모두 핥아주는 등 행동을 한 뒤 결국 두 마리 중 한마리의 양육을 포기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인공 포육 발전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에서는 쌍둥이를 출산해 두 마리 새끼를 동시에 잘 키운 최초 판다도 있다. 중국 청두 동물원의 암컷 큉큉(QUING QUING)이다. 일본 와카야마 어드벤쳐 월드 동물원의 메이메이(MEI MEI)도 쌍둥이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이는 인간의 인공 포육 도움을 받아 성공한 사례들이다.

◇인간 도움 없이도 쌍둥이 잘 키워낸 판다 첫 사례 보고

판다가 인간의 도움 없이도 쌍둥이를 잘 키워낸 최초 보고 사례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소재한 쇤브룬 동물원에서는 출산 경험이 있는 어미 판다 양양(YANG YANG)이 두 새끼를 동시에 낳아도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양양은 2016년 쌍둥이 암컷을 출산했다. 양양은 이에 앞서 푸롱과 푸후, 푸바오를 낳았다.

마티나 히더러 오스트리아 빈 동물원 박사팀이 2016년 빈 동물원에서 태어난 쌍둥이와 2007년과 2010년생 단태아를 낳은 판다 양양의 모성 행동(3주·4주·8주·12주 영상)을 비교 관찰한 결과, 쌍둥이를 양육할 때가 단태아를 키울 때보다 비교적 덜 휴식을 취하고 더 많이 새끼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18년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도 실렸다.

판다가 새끼를 기르기 위해서는 수유, 체온 조절, 몸단장, 장 및 방광 자극을 위한 어미의 매우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어미는 새끼를 낳고나서 첫 주간은 외부 활동을 거의 안한다. 어미는 일반적으로 새끼가 태어난 실내 공간을 떠나지 않으며, 출생 후 며칠 동안 단식한다.

연구팀은 어미 판다가 아기 판다를 잘 돌보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상호작용의 지표를 9가지의 행동상태 등의 지표를 설정했다. 판다의 육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총 42일간의 행동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어미의 쌍둥이와 단태아간 육아 패턴 차이를 관찰하기 위해 2007년과 2010년 양육된 단태아 새끼의 산후 3주, 4주, 8주, 12주 비디오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생후 100일 당시 푸바오와 엄마 판다 아이바오./삼성물산 제공

연구팀은 어미 판다가 쌍둥이 새끼를 돌보기 위해 단태아를 키울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배에 새끼를 얹어 핥고, 재배치하고 입으로 들어 올리는 등의 모성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파악했다. 산후 8일째가 될 때까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실내 공간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차이는 있었다. 단태아인 첫째와 둘째를 낳았을 때는 산후 8일째까지 짧은 수유가 관찰된 반면, 쌍둥이 출산 후에는 17일째가 되어서야 수유를 시작했다. 휴식 시간에도 차이가 있었다. 평균적으로 어미는 쌍둥이 출산 후 3주차와 4주차에 단태아를 낳았을 당시(2007년)보다 덜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판다 양양이 단태아 새끼를 낳았을 때 보다 쌍둥이와 더 상호작용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분만 후 첫 달 쌍둥이를 혀로 핥아주는 데 2배 이상의 시간을 소유하거나, 수유 시간이 더 높게 유지한 것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미 판다가 인간의 도움 없이도 쌍둥이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것이 입증된 것이다. 다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판다도 쌍둥이를 키울 때 단태아를 키우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연구팀은 “그간 학계에서는 쌍둥이를 낳은 어미 판다가 두 마리를 동일한 수준으로 보살필 수 없다고 보고 있지만 이를 반박하는 사례”라면서 “암컷이 혼자서 쌍둥이를 잘 키울 수 있으며, 두 마리에 대해 동일한 보살핌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출산 경험은 양육에 있어 유리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출산 경험이 있는 판다는 적절한 모성 행동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갈 수도 있다”면서 “경험 많은 엄마가 쌍둥이를 더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에버랜드의 인기스타인 푸바오를 낳은 아이바오 역시 두 번째 출산이다. 아이바오는 두 새끼를 모두 핣아주며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육사와 중국 판다보호연구센터에서 온 판다 전문가가 아이바오가 독박 육아를 하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에버랜드는 사육사들의 인공 포육을 통해 쌍둥이의 생존율을 높일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쌍둥이 판다가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당분간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고 판다월드 내실에서 전문가들이 집중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쌍둥이 아기 판다의 건강 상태와 성장 과정을 관찰하며 일반 공개 시기를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참고 자료

PLoS ONE(2018),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0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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