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됐다, 매도하라”던 말 믿었던 에코프로 공매도 기관·外人, 한 달간 50만주 손절했다

정해용 기자 2023. 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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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삼성‧하나증권 매도 리포트 연이어 발간
40만~50만원대에 팔라는 분석
최근 한 달간 공매도 투자자 숏 커버링은 50만주
손실보고 공매도 청산한 듯
단 6일 이후 신규 대차 늘고 있어...공매도 재개 가능성

지난 10일 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의 주가가 장중 100만원을 돌파하면서 여의도 증권업계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월부터 매도 의견의 보고서를 내며 사실상 주식을 팔라고 했던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웃기나 한 듯 주가가 오르더니 급기야 증권업계에서 ‘황제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주가 100만원 선까지 돌파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의 전망을 믿고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기관·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투자자들은 숏 커버링(short covering)으로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최근 한 달 동안 50만주 넘게 손해를 보고 매도했다. 숏 커버링은 공매도로 미리 팔았던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주식을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것을 말한다. 한꺼번에 숏 커버링이 진행되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이른바 숏 스퀴즈라는 현상도 발생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 뉴스1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잔고 수량이 최고조에 올랐던 시기는 지난 5월 30일로 이날 기준 공매도 잔고량은 184만7518주였다. 이후 잔고량은 꾸준히 줄어 지난 6일에는 132만9292주까지 줄었다. 1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50만주 넘게 공매도 잔고 물량이 줄었고 숏 커버링이 일어난 것이다. 5월 30일 종가(54만6000원)와 지난 6일 종가(94만1000원)을 고려하면 크게는 72.3%(39만5000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주된 이유는 아니지만 최근 에코프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숏 커버링의 영향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일부 공매도 투자자들이 수십 퍼센트의 손실을 보고 주식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서둘러 갚은 이유는 에코프로의 주가가 계속 올라서다. 에코프로는 10일 장중 101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종가는 96만5000원으로 100만원 아래에서 마감했지만, 장중 ‘황제주’로 등극한 것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주가가 마지막으로 100만원을 넘었던 것은 16년 전인 2007년 9월 동일철강(110만2800원)이었다. 지난 11일에는 97만6000원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 주가의 고공행진으로 이 기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내며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과열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주가를 책정했다고 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SELL) 또는 유지(HOLD) 의견이 본격적으로 제시된 것은 지난 4월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4월 4일 ‘지주사가 NAV 프리미엄 받는 혼돈’이라는 보고서에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유지(HOLD)로 바꿨다. 목표가는 기존 16만원에서 38만원으로 올렸는데 이 보고서가 발간된 전날인 4월 3일 종가는 49만9500원이었다. 시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내놓고 투자 의견을 하향한 것은 당장 팔라는 명확한 메시지였다. 장 연구원은 이후 1개월이 지난 5월 2일에도 투자 의견 하향을 유지하고 목표가를 다소 올린 40만원으로 제시했다. 장 연구원은 이 보고서 발간 후 2개월이 넘었지만, 에코프로와 관련해서는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하나증권의 김현수 연구원도 4월 12일 ‘Great company, but Bad stock(위대한 기업, 그러나 나쁜 주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의견을 기존 BUY(매수)에서 REDUCE(매도)로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15만3470원에서 45만4000원으로 올렸지만, 발표 전날인 4월 11일 종가(76만9000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이어 지난 5월 19일에는 목표가를 45만원으로 낮추며 ‘추가 상승 여력 제한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김 연구원이 5월 19일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2개월이 다 돼가지만, 어떤 증권사도 에코프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아예 분석을 포기한 증권사들이 많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한다. 삼성증권, 하나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들이 에코프로에 대해 4월과 5월부터 매도하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다른 증권사들은 아예 분석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에코프로는 현재 3곳 이상의 증권사 평균 목표가로 정해지는 컨센서스도 없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양사의 목표주가 평균값은 42만5000원으로 현재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픽=정서희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한번 제시한 기업에 대해 계속 분석 대상으로 포함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안에 신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수개월 동안 에코프로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다수의 증권사가 에코프로에 대한 목표주가를 크게 올리거나 매도 의견으로 줄줄이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를 커버(담당)해 왔던 연구원들은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며 “목표가와 시가의 괴리(차)가 너무 커져 다음 보고서에서 목표가를 크게 올리든지 아니면 줄줄이 매도 의견으로 투자 의견을 조정하든지 해야 한다”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과열됐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비이성적 주가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증권업계에서 투자의견을 하향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라고 했다.

다만 4월부터 40만원대에 매도를 권했던 증권업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분명 있다. 2개월 전부터 에코프로 주식을 조금씩 매도했다는 회사원 한모(43) 씨는 “증권사에서 나온 리포트만 보고 계속 팔라고 부추겼던 지인들이 원망스럽다. 그때 사람들 말을 듣고 대부분 매도하고 지금 몇 주 안 남겨놨는데 결국 90만원도 넘은 것 아니냐”라며 “(매도 리포트를 낸 사람들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데 이젠 못 믿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몇 주 남지 않은 에코프로 수익률은 1000%를 넘었다.

그러나 아직 증권사들의 의견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가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 과열로 보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신규 대차수량이다. 대차는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 대차의 주요 목적이 바로 공매도다. 지난 6일 대차는 29만967주로, 이달 들어 2만~3만주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규모가 확 뛰었다. 7일에는 6만3405주로 대차 규모가 줄었지만 10일에는 다시 10만6958주까지 신규 대차가 늘었다. 10일 기준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도 이달 들어 처음 5%를 넘었다.

더욱 시장 참가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이유는 이렇게 대차 규모가 늘고 있는 와중에 공매도 상환 규모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기준 공매도를 위해 기존에 빌렸던 주식을 상환한 규모는 전날 6만9077주에서 13만8556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한쪽에서는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향후 공매도를 위해 대차를 늘리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에코프로 주가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누구도 전망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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