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통과 어렵다" 늦어지는 보호출산제 입법…속 타는 복지부

최현만 기자 2023. 7.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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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인 민주당 간사 "공청회·토론 등 논의 더 해야"
복지부 '원가정 양육' 원칙 법안에 충실히 담도록 검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보호출산법 통과 촉구 관련 시민연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산모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의 입법이 지지부진하면서 보건복지부가 국회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제 법안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더라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인력을 교육하는 등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12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보호출산제를 우려하는 더불어민주당 등의 의견을 고려해 법안 내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원가정 양육 우선 원칙을 법안에 더 충실히 담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대한 원가정 양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법안에 풍부하게 넣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토를 하더라도 익명 출산 등 보호출산제의 기존 도입 취지는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현재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아질 수 있다거나 익명 출산된 아이들이 부모를 알지 못해 훗날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보호출산제 법안 하나 빨리 통과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미혼모 지원책까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친부모가 양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게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청회나 토론을 충실히 거치려고 한다"며 "이달 중에는 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출생 미등록 아동들이 연달아 살해당하거나 유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출생통보제 도입 목소리가 커졌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관련 기관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병원 밖 아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출생통보제는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보호출산제는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비롯한 관련단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양특례법 무력화하는 보호출산제를 반대하고 있다. 2021.7.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보건복지부는 조속히 보호출산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호출산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 전산시스템 개발 등 준비 작업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준비 작업이 늦어지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후 시행 예정인 출생통보제보다 사실상 늦게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보호출산제가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익명 처리 등을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사업자 공모, 사업자 선정, 개발 등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개발 이후에도 보안성 검토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 통과 이후 관련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6개월은 걸린다"며 "이후 시행령·규칙에 따라 기관을 지정하고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보호출산제 법안을 마련할 때 공포 후 1년 6개월 후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정도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출생통보제가 1년 뒤 시행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서 최대한 보호출산제 시행 시기도 여기에 맞추고자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지난 5~7일 국회 민주당 의원실을 방문해 법안 통과를 간곡히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법안을 설명하고 우려나 문제점에 대해 의원들과 대화도 나눴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측과 민주당 측이 일부 공감대도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 간 보호출산제 논의가 진전이 있으려면 범부처 차원에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에서는 미혼모 등이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한부모 지원은 주로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관계 부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법무부·교육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와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추진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또 도움이 필요한 임산부 상담 기관이 어디가 될지에 대해서도 민주당이나 보건복지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가족센터, 보건소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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