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특례상장한 28개사 중 목표실적 달성한 곳은 달랑 1개
대부분 상장 전 실적 약속 못 지켜
그런데도 기술평가 1곳으로 축소 전망
투자자 보호 미흡 우려 커져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기술특례상장 기업 28개사 중 단 한 개 회사만 상장 때 제시한 목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실적은 기준치를 밑돌더라도 가지고 있는 기술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으면 상장을 허가하는 제도다. 즉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회사가 몸값 뻥튀기로 최대주주와 벤처캐피탈만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특례상장 기업이 앞으로는 더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목표 실적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이달 기술특례상장제도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상장 문턱을 무턱대고 낮추는 것이 아니라 모험 자본을 육성하고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12일 조선비즈가 지난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8곳 중 24곳이 상장 시점에 제시한 영업이익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20곳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3개 기업은 이전상장과 합병 등으로 목표치를 아예 내지 않은 곳들이다. 단 한 개 회사를 제외하면 모두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특례상장 제도는 기술 혁신성이나 사업 성장성이 있으면 당장 매출이 없더라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기술평가특례방식과 상장주선인인 증권사 추천으로 들어가는 성장성 추천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까지 184개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된 기업은 신약 연구 개발을 하는 바이오 벤처기업 샤페론이다. 샤페론은 상장 당시 217억31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영업적자는 110억2997만원에 그쳤다. 다만 이 회사도 사정이 완연히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매출액이 20억원으로 추정치의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영상 분석기업핀텔과 게임사 스코넥 등 8개 기업은 흑자로 제시한 목표치와 달리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달 상장 문턱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가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평가를 기존 2곳에서 1곳에서만 받아도 되도록 조정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기술특례상장은 복수의 전문평가기관 기술평가 또는 상장주선인(증권사)의 성장성 평가가 있는 경우 질적 요건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그간 특례상장을 위해 복수의 기술평가를 받는 데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당국과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조치에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와 추정 실적 ‘뻥튀기’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입성한 기업들이 상장 시점에 제시한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주가가 공모가 아래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 평가를 두 곳에서 좋게 봐도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한 곳으로 줄이면 사실상 아무 문턱 없이 상장시키겠다는 것과 같다”면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술성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상황에서 기술평가기관이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상장주선인인 증권사의 성장성 평가를 독려하고, 그러면서 증권사에 더 큰 책임을 지우고 시장에 맡기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번 개선안이 모험 자본을 육성하고 시장의 불합리함을 개선하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선안은 무조건적인 상장 확대가 목적은 아니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증권사 책임 강화 등 여러 방안을 두고 유관기관과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기술환경 변화를 반영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며 “일방적으로 문턱을 낮춰서 자격이 안 되는 기업까지 상장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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