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끝나가는 오타니와 LAA의 동행..행선지는 ‘삼고초려’ 이 팀?[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오타니 쇼헤이(LAA)는 올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모두 '핫'하다.
오타니는 전반기 마운드에서 17경기 100.1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32, 132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석에서 89경기 .302/.387/.663 32홈런 71타점 11도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타니는 올시즌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 1순위다. 오타니는 3년 연속 투수와 타자로 모두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보다 더 시선을 모으는 것은 그라운드 밖의 일. 바로 거취 문제다. 오타니는 올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오타니의 소속팀 에인절스는 전반기를 부진한 성적으로 마쳤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보이는 위치에 있었지만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9패를 당하며 뚝 떨어졌다. 여기에 마이크 트라웃마저 부상을 당해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포스트시즌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이적 시장의 개장. 구단들은 냉정하게 포스트시즌 가능성을 판단해 시장에 어떤 입장으로 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에인절스는 현재 성적이라면 구매자보다는 판매자로 나서야 한다.
에인절스가 판매자로 나선다면 당연히 모든 구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선수는 단연 오타니일 수 밖에 없다. 오타니는 마운드와 타선을 동시에 강화해줄 수 있는 최고의 자원. 높은 곳을 노리는 팀이라면 누구나 오타니를 원하는게 당연하다.
물론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오타니는 자타공인 현재 최고의 스타.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어떻게든 내년에도 보유하고 싶어한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두고 올시즌이 끝날 때까지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할 것이다. 또 최고의 스타인 오타니를 지금 트레이드하는 것은 사실상 '시즌 포기' 선언과 다름없고 팬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오타니를 보유한다고 해도 오타니가 팀에 남을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다. 오타니는 이미 팀 성적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데뷔 첫 3시즌 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오타니는 2021시즌 MVP를 수상하며 자신의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확실하게 붙었고 지난해부터 공공연하게 포스트시즌에 근접하지 못하는 팀을 비난하고 있다. 이번 올스타 전야제 행사에서도 오타니는 "지는 것에도 지쳤다. 지는 것은 짜증난다.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 7년 동안 루징시즌을 기록했고 올해도 루징시즌으로 향하는 팀 성적에 대한 불만이다.
현장의 여론도 비슷하다. 디 애슬레틱이 최근 공개한 현역 선수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타니가 2024시즌을 에인절스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응답자의 단 11.4%에 불과했다. 10명 중에 9명은 오타니가 올시즌을 끝으로 에인절스를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떠난다면 문제는 어디로 향하느냐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LA 다저스다. 해당 설문에 응답한 현역 선수 중 절반이 넘는 57.2%가 오타니가 다음시즌을 다저스에서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원하고 있다. 사실 다저스는 오타니를 누구보다 원한 팀이다. LA 타임즈에 따르면 다저스는 기회가 될 때마다 오타니 영입을 시도했다. 오타니가 일본 니혼햄 파이터즈에 입단하기 전 고등학생 때도 그를 원했고 오타니가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했을 때도 그를 원했다. 당시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까지 대동하고 오타니에게 '브리핑'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다저스가 아닌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올겨울 다저스는 다시 한 번 오타니를 노린다.
오타니 입장에서도 이제는 다저스를 꺼릴 이유가 없다. 에인절스타디움과 다저스타디움은 차로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 사실상 연고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급격한 환경의 변화도 없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선호하는 서부 연안에 계속 머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초기 오타니는 지나친 관심을 원하지 않아 리그를 대표하는 '초 인기 구단'들을 기피한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도 없다.
총액 6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전망까지 나오는 오타니는 6억 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역대 최고액 수준의 천문학적 계약이 아니면 품을 수 없다. 클레이튼 커쇼와 훌리오 우리아스를 잔류시킨다고 하더라도 다저스는 올시즌이 끝나면 노아 신더가드, J.D. 마르티네즈, 데이빗 페랄타 등의 단년 계약이 종료된다. 여기에 맥스 먼시, 다니엘 허드슨 등 옵션이 남은 선수들에 대한 결정에 따라 지출을 더 줄일 수도 있다. 재정에 충분한 여유가 있는 다저스는 오타니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이다.
올시즌 쉽지 않은 전반기를 보냈다는 점 역시 다저스가 더욱 공격적으로 오타니 영입에 나설 수 있는 요인이다. 10년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지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단축시즌 단 한 번 뿐이었다. 더 강력한 전력을 갖추기 위해 오타니 영입에 '올인'할 수도 있다.
오타니와 에인절스의 동행은 이제 끝으로 향해가고 있다. 과연 오타니가 언제까지 에인절스의 붉은 유니폼을 입을지, 에인절스를 떠난다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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