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반면교사'…정부·은행권, 새마을금고 사태 '원팀 대응' 눈길

국종환 기자 2023. 7. 1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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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SVB 파산' 학습효과로 정부·은행권 조기 강력진화 나서
새마을금고 예금인출 줄고 재예치 늘어…"사태 진정 국면"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보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세가 둔화하고 재예치 금액은 증가하는 등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건전성에 우려가 되는 특정 금고의 경우 인수합병 시 고객 예·적금 100% 전액 보장하기로 했다.ⓒ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정부와 은행권이 새마을금고의 뱅크런(인출 폭주) 위기 진화를 위해, '원팀'을 이뤄 신속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연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목도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새마을금고 위기를 맞아 강력한 조기 진화에 나서면서 사태가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산업·기업은행은 최근 연이어 새마을금고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RP란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일정기간 후 이자를 붙여 채권을 다시 되사는 것을 뜻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주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조짐이 확산하자, 7일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에서 예금이 계속 빠져나갈 경우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 때도 은행권이 나서 흥국생명의 RP를 사들인 바 있다.

이번에 은행들은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국고채·통화안정증권채권(통안채) 등을 담보 격으로 받고(RP 매입)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7개 은행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각 5000억∼2조원 규모의 RP 매입 계약을 체결해 모두 6조2000억원가량이 새마을금고에 지원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예금 이탈 속도가 줄면서 사태가 안정세를 찾는 모양이지만, 변동성이 있기에 은행들이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대부분 9~11일 단기물 매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 뉴스1

금융권에선 연초 미국 실리콘밸리(SVB) 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에 따른 파산을 목도한 정부와 은행권이 새마을금고 위기 초반에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조짐이 확산되자, 6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 초과 예적금도 전액 보호하고, 필요시 정부 차입으로 유동성을 제공하는 실효성 높은 지원책을 발표했다. 또한 중도해지했던 예적금을 다시 맡길 경우 당초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원상복구' 해주는 방안까지 내놨다.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믿어 달라", "안심해도 좋다" 등의 메시지가 거듭 나오면서 새마을금고의 예금인출 속도는 7일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범정부 대응단'에 따르면 지난 7일 예금 인출 규모는 전날 대비 1조원가량 줄었고, 중도해지됐던 예적금 3000건 이상이 다시 돌아오며 재예치 규모가 늘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주말 이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예금인출에 대한 문의나 창구 방문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새마을금고의 예금·고객구성 등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SVB는 거액의 법인예금 집중도가 높아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금이 전체의 97%에 달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고객 1인당 평균 예금이 1000만원가량으로 대부분이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인출 속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 SVB는 대규모 손실 공시 이후 고객들이 은행 앱으로 순식간에 돈을 빼는 '모바일 뱅크런'이 일어나면서 36시간만에 초고속 파산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새마을금고는 고령 가입자 비율이 높아, 모바일 거래 고객 비중이 25%로 시중은행(70~80%)의 3분의 1수준이다. 이번 예금인출 위기 당시 2개월간 빠져나간 돈도 전체 예금잔액의 약 2.6% 수준이었다. 다만 고객들이 돈을 찾기 위해 직접 영업점을 찾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 사태는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10일 행안부·금융위·기재부·한은·금감원·예보 관계자로 구성된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을 가동시키며, 새마을금고 '진정세 굳히기'를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원단은 △예수금관리 △건전성관리 △유동성관리 △예금자보호를 담당하는 4개팀으로 꾸려졌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상주 근무하며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비상 대응 체계를 이어갈 방침이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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