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시행] 수익률 높은 증권사 진격… TDF 내세운 운용사 격돌
[편집자주]12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다. 약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잡기 위한 금융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금융업권별 퇴직연금 점유율은 은행 52%, 보험 26%, 증권 22% 순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규모를 보면 은행 174조8993억원, 보험 86조5173억원, 증권 76조7627억원 순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장악했던 배경은 근로자 대부분이 회사 주거래은행에 퇴직연금을 가입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디폴트옵션 시행 후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에 퇴직연금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연 2%인 만반면 미래에셋·KB·NH투자·삼성·한국투자 등 5대 증권사의 수익률은 연 3%를 돌파해서다.
지난 1분기 기준 은행권에서 취급하고 있는 디폴트옵션 상품 49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약 2.90%다. 위험도별로 ▲초저위험 1.08% ▲저위험 2.26% ▲중위험 3.22% ▲고위험 4.74%으로 나타났다.
증권사가 취급하는 디폴트옵션 상품 72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약 3.04%다. 위험도별로는 ▲초저위험 1.12% ▲저위험 2.39% ▲중위험 2.92% ▲고위험 4.75%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상품을 내세워 고객 유치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7일 설정한 첫 디폴트옵션 고위험 상품 수익률이 연 환산 10.7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판매된 은행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 금리의 두 배, 현금성 자산의 세 배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을 5월 말 기준으로 69.9%까지 끌어올리며 수익률 경쟁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모바일을 이용한 3분 연금 가입 시스템을 개발했고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말 투자자들이 디폴트옵션을 보다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했다.
운용사들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원금 손실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산 배분형 펀드(TDF)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으로 잡고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다. 글라이드패스(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를 활용해 펀드 설정 초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 다가올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한다.
연금특화 상품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TDF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TDF 순자산은 11조원으로 3년새 2배로 증가했다. 높은 수익률도 눈에 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키움·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6월 말 동시 상장한 TDF ETF 10종 모두 최근 1년 새 5%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목표 은퇴 시점을 2050년으로 잡은 TDF ETF 평균 수익률은 10.8%다. 미래에셋운용은 자체 운용을 고수하며 수수료를 없애 고객들의 TDF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류경식 미래에셋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대표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연금펀드 시장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TDF를 포함한 연금 상품이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전사적인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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