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의 역습? '발등의 불' 식음료업계 "대체재 찾아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식음료업계가 대체제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하루에 막걸리 33통·제로 콜라 55캔을 마셔야 위험 수준이라는 객관적인 수치가 존재하지만, 소비자의 눈 밖에 나면 결코 선택받지 못하는 식음료의 특성상 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가진 인공 감미료인데, 국내에서는 1980년대부터 사용됐을 정도로 소비자들이 섭취한 지 오래됐다.
최근에는 설탕 과다 섭취가 비만·당뇨 발생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로' 열풍이 불었고, 그 결과 단맛은 유지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된 바 없는 아스파탐이 대체재로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국제암연구소가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암을 일으키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생겼다.
국제암연구소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은 1군, 암을 일으키는 개연성이 있는 물질은 2A군, 잠재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2B군으로 분류된다. 또 발암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물질을 3군, 암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은 4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잠재적으로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충분하지만, 섭취한다고 해서 암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므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1군에는 술, 담배,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이, 2A군에는 적색육,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가, 2B군에는 피클 및 아시아의 절임 채소류(김치 등)가 포함돼 있는 등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수 많은 기호식품들이 분류상 발암물질이다. 아스파탐이 2B군으로 분류된다면 김치와 동급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물질 자체보다는 해당 물질을 얼마나 자주 접하고 섭취하는 지가 관건인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당 40mg 수준이다. 60kg의 성인의 경우 하루 막걸리 33병, 35kg의 어린이라면 제로 콜라를 33캔 이상 섭취해야 기준치를 넘긴다.
사실상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치인 것이다. 식약처의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섭취허용량(ADI)의 0.12%에 불과했다.
식약처가 WHO 발표 이후, 아스파탐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일일섭취허용량을 조정하더라도 일상적으로 접하는 수준을 위협할만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식음료업계는 각종 제품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을 대체하는 감미료를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콜라 제로 제품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을 대체제 사용 여부에 대해 글로벌 본사와 논의 중이고, 빙그레도 쥬시쿨·아스파탐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을 다른 감미료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막걸리협회도 대체제 사용 여부를 두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일단 협회측은 오는 14일 WHO 발표 이후 식약처를 찾아 아스파탐에 대한 자문을 구할 방침이다.
식음료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소비자 심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음료는 법적인 기준이나 팩트와는 관계 없이 여론이 그렇다면 그렇게 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며 "어떤 물질이든 부정적으로 인식이 굳어지면 나중에 문제가 없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소비자들은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우리 회사는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사용했다면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 나섰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화학 조미료에 대해 예민하기 때문에 약간의 여지만 있어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카린이나 MSG(글루탐산나트륨) 파동이 현재 아스파탐을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두 성분 모두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확인됐음에도 과거 인식이 굳어지면서 시장에서 사장되거나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광고에 활용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아스파탐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는 매출 하락이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매출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더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 같다"며 "일단 WHO의 발표 결과와 식약처의 설명을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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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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