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AEA ‘알프스’ 성능 검증 0번…윤 정부 허위주장 들통
알프스 검증은 당시 검토 임무 범위도 아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가 2013년 설치된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실제 성능 검증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프스 성능 검증이 이뤄졌다’는 정부의 그간의 설명과는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지난 5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정부 일일 브리핑에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알프스의 성능은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관련해 “알프스에 대한 검증 내지 평가 작업은 훨씬 전에 이미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가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가 2020년 4월 발표한 ‘알프스 소위원회 관련 검토 보고서’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7일 우리 정부의 검토보고서 발표 브리핑에서 이 보고서를 언급하며 “알프스 성능과 관련된 부분은 국제원자력기구가 2020년도에 검토를 해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래서 (4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상세 내용을 기술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11일 ‘알프스 소위원회 관련 검토 보고서’를 확인해본 결과, 27쪽짜리 이 보고서에는 알프스 성능과 관련해 단 두 문장만 기술돼 있다. 그러나 “안정적이면서 신뢰할 만하게 계속 작동한다”와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작동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배출규제 기준 이하로 제거할 수 있다”는 이 대목은, 원자력기구가 실제 일본에서 알프스 성능을 검증한 결과가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보고서에서 당시 원자력기구 직원 6명으로 구성된 검토팀이 2020년 2~3월 사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본에 있는 도쿄전력 관계자 등과 3차례 화상회의를 한 것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알프스 성능 검증은 원자력기구가 일본 경제산업성의 요청으로 구성한 검토팀의 임무 범위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보고서를 보면 당시 검토팀의 임무 범위는 △알프스 처리수 관리 상태 변화 검토 △알프스 처리 옵션 분석의 기술적·과학적 근거 검토 △일본 정부 조처와 원자력기구 자문 사항과의 일치 여부 검토 등 3개 항목으로 한정돼 있었다.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 방사선수송폐기물안전국장은 11일 정부 일일 브리핑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검토 범위에 해당한 내용만 검토한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와 관련해 수행한 또 다른 검토 임무 보고서들을 살펴봐도, 알프스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한 대목은 없었다.
〈한겨레〉가 2013년 3월부터 2021년 8월 사이에 5차례 수행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해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에 대한 원자력기구의 검토 결과 보고서들을 전수 조사했지만, 알프스 성능 검증이 검토 범위에 포함된 보고서는 없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2014년 2월 발표된 2차 검토 보고서부터 알프스가 언급되지만 성능이나 신뢰성 검증과는 무관한 일반적 내용이었다.
일본은 그동안 알프스로 오염수 속의 64개 방사성 핵종 가운데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할 수 있어 해양 방류를 해도 안전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의 70%가 배출 기준치를 맞추지 못한 상태인데다, 부식과 필터 손상 등에 의한 잦은 고장으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 현장 시찰단이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아온 ‘알프스 주요 고장 사례’ 자료에 따르면, 알프스에서는 설비가 안정화됐다고 알려진 2019년 이후에도 해마다 주요 고장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흡착탑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설비를 통과한 오염수 속 스트론튬-90 농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하려면 그 속에 있는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는 알프스의 성능을 평가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런 평가도 없이 어떻게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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