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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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33년을 전·후반기로 나눠 주요 농산물의 재배면적 변화와 해당 작물의 농가판매가격 변화를 보면 우리 농업이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 알 수 있다.
농업의 특성상 재배면적이나 농산물 판매가격은 생산자인 농민의 기대와 수급요인 등 여러 이유로 매년 변화가 크다.
농자재비와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가 농가판매가격보다 더 오르면 재배면적이 감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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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33년을 전·후반기로 나눠 주요 농산물의 재배면적 변화와 해당 작물의 농가판매가격 변화를 보면 우리 농업이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 알 수 있다. 농업의 특성상 재배면적이나 농산물 판매가격은 생산자인 농민의 기대와 수급요인 등 여러 이유로 매년 변화가 크다. 따라서 특정 1년을 비교하기보다는 3∼4년의 평균값을 구해 그 변화를 보는 것이 실체를 파악하는 데 적절하다.
추이를 살펴본 결과,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농산물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하지만 감소의 성격은 기간에 따라 달랐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전반기는 소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를 이행하는 과정이었다. 한국농업이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자유화 체제에 적응해 가는 기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요 농산물 가격은 외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개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보리·감자와 고추·마늘·양파 등 양념채소류, 사과·배 등 과일류는 물론 특작인 참깨도 실질 농가판매가격이 최대 50% 이상 떨어졌다. 가격이 하락하니 수익성이 악화해 재배면적도 줄었다. 생산성을 높여 가격 하락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주 예외적인 사례다. 결국 전반기 일부 과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 재배면적은 적게는 7%에서 많게는 40% 이상 감소했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후반기는 상당수 품목의 농가판매가격이 실질적으로 상승했다. 쌀과 보리를 빼고는 콩·고구마·고추·마늘·양파와 과일류 대부분 그리고 참깨와 들깨까지 가격이 올랐다. 전반기 마지막 3개년(2004∼2006년) 평균 대비 후반기 마지막 3개년(2020∼2022년) 평균 농가판매가격은 사과와 마늘이 20% 정도, 들깨와 콩은 70% 이상 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당 품목의 재배면적은 오히려 줄었다. 대표적으로 콩은 가격이 70% 이상 올랐는데 재배면적은 30% 넘게 감소했다. 감자와 무, 고추와 마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후반기에 우리 농업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후반기 농가판매가격이 올랐는데도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은 시장개방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재배면적이 감소한 1990년대와 결이 다르다. 더구나 매년 6만㏊에 달하는 농지가 휴경되고, 장기 휴경으로 폐경에 이르는 면적도 매년 7000여㏊에 달한다.
물론 가격이 재배면적 증감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농자재비와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가 농가판매가격보다 더 오르면 재배면적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일손 부족은 요즘 농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다. 결국 후반기 농가판매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는 인력 부족과 경영비 상승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국산 농산물이 국산 농산물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산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재배면적이 감소해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우리 농업이 직면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문제는 농업인력 고령화로 이런 현실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농업경영주의 43%가 70세 이상이고, 농림어업취업자의 66%가 60세 이상이다. 농작업의 특성을 고려해 사실상 80세부터 은퇴가 이뤄진다고 보면, 앞으로 10년 사이 농업경영주의 절반이 은퇴하고 현 수준의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것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식량안보를 단순히 곡물자급률 제고 차원의 문제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 평상시 국민 밥상에 오르는 국산 농산물을 안전하고 충분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한다.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식량안보 대책이 되어야 한다.
서진교 GS&J인스티튜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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