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복날, 반려견을 생각하다

관리자 2023. 7.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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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초복이니 바야흐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맘때는 '개 파세요'라며 개장수가 동네를 누비고 다녔는데 요즘은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문제는 강아지를 입양할 사람도 없고, 개고기 식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개장수마저 찾아오지 않는데 강아지는 늘어난다는 점이다.

4세기에 만든 안악 3호 고분벽화에 도살한 개 모양의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개를 식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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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름철 몸보신용이던 개
고분벽화에 관련 그림도 있어
88올림픽 앞두고 논란 시작돼
서울시의회 조례 발의 ‘재점화’
법으로 식생활 규제하기보단
동물복지·위생 고려한 정비를

어제가 초복이니 바야흐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맘때는 ‘개 파세요’라며 개장수가 동네를 누비고 다녔는데 요즘은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몇해 전 시골로 이사 오면서 강아지 한마리를 길렀다. 어디든 따라 다니던 강아지가 사고로 죽자 슬퍼하는 아내를 보고 이웃에서 강아지를 두마리나 구해주었는데 그 후 어머니가 어디서 유기견 한쌍을 더 얻어왔다. 문제는 강아지를 입양할 사람도 없고, 개고기 식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개장수마저 찾아오지 않는데 강아지는 늘어난다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는 여름철 몸보신하려고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는 손이 많이 가고 노동은 힘이 든다. ‘농가월령가’ 6월령은 이렇게 노래한다.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 중 하지부터 셋째 경(庚)일은 초복, 넷째 경일은 중복, 입추부터 첫째 경일은 말복이다. 오행에서 경은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화는 여름 화기를 뜻하는데 복(伏) 자는 서늘한 기운이 화기에 짓눌려 있는 형상으로 무더위 속에 지친 인체의 기운을 조절하기 위해 개장국을 먹기 시작했다고 풀이한다.

4세기에 만든 안악 3호 고분벽화에 도살한 개 모양의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개를 식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개장국을 먹으면서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쳐 보허(補虛)한다”(‘동국세시기’)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중종 때 실세인 김안로가 개고기를 좋아하여 아첨배들이 개고기를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는 ‘가장주서(家獐注書)’ 이야기도 있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지에서 고기 구경을 못하는 형 약전에게 편지로 개를 잡고 삶는 법을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보낸 걸 보면 조선시대에는 개고기 식용이 보편화된 것 같다.

하지만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개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의가 벌어지더니 얼마 전부터는 개식용을 금지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6월말 서울시의회에서는 위반하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돼 한동안 잠잠하던 논란이 재확산 중이다. 이런 논란은 개식용 관련 제도의 허점에서 증폭되는데, ‘축산법’은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여 농가가 사육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가축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식용 목적으로 도축해 가공·유통할 수 없다. ‘식품위생법’상 식품 원료를 명시하는 식품공전에 개를 포함하지 않아서 개고기의 가공·유통은 불허하고, ‘동물보호법’에서는 정당한 사유를 제외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사육농가에 유죄 판결을 한 바 있다.

식문화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복달임 음식으로 삼계탕이나 염소탕·오리탕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동물복지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으며 89%는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전 국민의 30%인 1500만명이나 된다니 굳이 법령으로 식생활을 규제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사육·이송·계류·도살 및 취급 과정에서 동물복지에 저촉되지 않고 공중보건이나 식품위생·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사육 확산과 관련 산업의 발전, 유기동물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서 자연스럽게 동물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 어떨까?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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