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투자 늘리자는데...민간에선 “바이오는 돈 먹는 하마”

지영의 2023. 7.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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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외면에 K바이오 고사 위기]②
바이오에 지갑 안 여는 투자업계
바이오 업계 돈맥경화 심화
정부의 대규모 투자펀드 조성 시도도 제동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규모 줄여 출범 예정
이 기사는 2023년07월12일 04시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투자심리 악화로 투자업계 전반이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바이오 부문은 더 혹독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정부가 국내 바이오 산업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대규모 민관 합동 투자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민간 투자자들이 극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조원대 투자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의 돈가뭄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정부주도 투자펀드도 주춤…바이오 자금확보 ‘쉽지 않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에서 민관 합동으로 조성 추진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가 1차 조성 목표액(5000억) 대비 규모를 축소해 출범할 전망이다. 당초 정부출자금 1000억원,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출자금 1000억원과 민간투자 3000억 원을 합한 총 5000억 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위탁운용사(GP)들이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자 최소 결성액을 더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K-바이오백신펀드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로 삼기 위해 윤석열 정부 주도로 조성에 나선 민관합동펀드다. 바이오헬스 기업을 적극 지원해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 현 정부 임기 내 글로벌 6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전체 펀드 투자금액의 60% 이상을 신약 개발 등을 위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15%를 백신 분야 기업 투자를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국내에서 글로벌 혁신 신약 성공사례를 창출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후기 임상까지 투자할 수 있다. 1차에 펀드 규모를 5000억원으로 조성한 후 오는 2025년에는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초기부터 민간 자금이 모이지 않아 자금모집 난항 속에 GP로 선정됐던 운용사 중 한 곳이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운용사 모집 공고를 내고 미래에셋벤처투자(미래에셋캐피탈 공동운용)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2곳을 GP로 선정했다. 2곳이 각기 2500억원의 펀드를 운용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펀드 결성 기한 막바지까지 두 곳 모두 목표액 모집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미래에셋벤처는 운용사 자격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70%가량을 모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펀드라도 먼저 투자를 시작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 먼저 투자를 시작하게 될 예정”이라며 “오는 9월에는 새 운용사를 선정해 추가 조성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의 냉랭한 시선...“옥석 더 가려져야”

정부주도 펀드가 초기 계획안대로 결성됐을 경우 바이오업계의 돈맥경화에 적게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결성 초기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큰 보탬이 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 됐다.

바이오기업들은 고금리 환경 속에 다른 업종 대비 투자가 더 크게 줄어 자금난이 극심한 상태다. 바이오의 경우 임상3상 추진 기업이라 하더라도 통상 3~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비용 소요가 상당해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투자부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LP)들이 시장 변동성 대응을 위해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고 리스크가 높은 부문에 출자를 줄이는 기조로 돌아서면서 크게 타격을 받은 상태다.

VC운용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기관들은 원래도 바이오 쪽으로는 자금 거의 안 내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투심이 더 나빠진 상황”이라며 “그나마 심사문턱까지 올려서 선별적으로 받아주던 곳들마저 얘기해 볼 상황이 아니”라고 전했다.

자본시장 큰손들 사이에서는 성과 및 회수율 대비 리스크가 너무 높은 바이오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공제회 CIO는 “(바이오 기업들이) 대체로 고급 인력 인건비만 수십억에, 운영자금·개발비도 수백억은 그냥 잡아먹는 곳이 많다”며 “재무 기반이 너무 없어서 자본시장 통해서 자금 조달 한 번 안 되면 바로 고사위기로 내몰려서 생존의 문제를 겪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러니 투자업계에서 자금 내길 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바이오 기업들 버블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측면도 있긴 하지만, 투자금을 낼 관점에서는 아직 더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기존에 투자했던 건들도 묶여서 줄줄이 회수가 안 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더 리스크를 높게 가져갈 것도 아니라면 굳이 그 펀드(바이오)에 자금을 낼 이유가 없다”며 “국내에 바이오 투자 역량이 높은 GP도 많지 않아 가급적 보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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