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참패·테마파크 한산…디즈니 주가 2년 만에 '반토막'
입장료 인상·폭염 등 영향…주가는 2년 만에 반토막
세계 최대 테마파크 디즈니월드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연간 5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월트디즈니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지만, 올해는 연휴 대목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에서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관광객이 몰리는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에도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투어링플랜스 분석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당일인 지난 4일 불꽃놀이로 유명한 매직킹덤 파크의 평균 대기 시간은 27분이었다. 4년 전인 2019년(47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WSJ은 "일반적으로 대기 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인파가 줄어든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거의 10년 만에 대기 줄이 가장 짧은 날이었다"고 전했다.
디즈니월드 연간 이용권을 소지하고 있는 제이미 브라운은 "지난주 세 번이나 방문해 디즈니월드 내 4개 파크를 모두 이용했는데, 평소와 달리 거의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이용했다"며 "식당 예약도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여름이 더 붐볐다고 덧붙였다.
업계 분석가들은 디즈니월드가 입장권 등 주요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자 관광객들이 등을 돌렸다고 본다. 지난해 10월 디즈니월드의 입장권이 9% 이상 오르면서 현재 2일권 가격은 성인 기준 285달러(약 3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디즈니 리조트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사 픽스트래블의 마케팅팀장 스테퍼니 오프레아는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요금 인상에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디즈니월드 대신 크루즈 여행을 가거나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고려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도 방문객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WSJ은 짚었다.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텍사스주, 미시시피주 미국 남부에선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이달 초 플로리다주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육박했다.
WSJ은 "디즈니는 현재 스트리밍 손실부터 경영진 승계, 플로리다주 주지사 론 디샌티스와의 정치·법적 싸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를 잡겠다며 야심 차게 출시한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사용자가 감소하고 있고, 최근 개봉한 대작 영화들도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엔 수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 '인어공주'가 블랙워싱(black washing) 논란으로 글로벌 흥행에 실패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블랙워싱이란 서양 주류 영화계에서 백인 배우를 우선 기용하던 관행인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에 견줘 나온 말로,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흑인 등 유색인종을 무조건 영화에 등장시키는 추세를 비꼬는 표현이다. 논란 속에서 라톤드라 뉴튼 디즈니 최고다양성책임자(CDO) 겸 수석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산적한 악재는 디즈니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10일 종가 기준 디즈니 주가는 88.10달러로,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월가도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디즈니 콘텐츠의 내재 가치가 낮다며 목표주가를 120달러에서 110달러로 하향했다. 루프캐피탈도 120달러에서 110달러로 낮춰 잡았다.
미국의 미디어 리서치 업체인 라이트쉐드 파트너스의 리처드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영화와 스트리밍 부문의 실책으로 인해 이미 수익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 압박은 2024회계연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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