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시행] 은행, '퇴직연금 강자' 지킨다… 340조원 수성에 총력

박슬기 기자 2023. 7. 12.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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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2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이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다. 약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잡기 위한 금융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의무 시행이 이날부터 시작된 가운데 은행들이 34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등으로 고객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고르지 않을 경우 사전에 연금사업자가 제시되고 근로자가 지정해둔 운영방법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자동으로 운용되도록하는 제도다.

다만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디폴트옵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에게만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근로자 입장에선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살필 수밖에 없어 은행권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의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338조3660억원으로 이 중 은행은 174조9013억원, 증권사가 76조8838억원, 보험사 86조5809억원 등이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약 52%를 은행권이 차지하는 셈이다. 퇴직연금 시장을 은행권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회사 주거래은행에 퇴직연금을 가입한 뒤 묵혀두는 경향이 강해서다.

5대 은행의 퇴직연금 대부분은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은행을 찾는 고객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은행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에 퇴직연금 역시 은행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퇴직연금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 자금 이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사는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20년 20%를 웃돌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점유율 사수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8월 말까지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 드림(Dream)'이벤트를 실시한다.

DC·IRP 퇴직연금 가입자 중 인터넷 또는 KB스타뱅킹을 통해 디폴트옵션을 최초 지정하고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5000명에게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 오는 9월15일 개별 핸드폰 번호로 일괄 발송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4일 서울시 중구 소재 더 플라자 호텔에서 퇴직연금 가입 기업 담당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초고령 시대를 대비한 효과적인 연금 전략'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업권 최초로 목표기반(GBI) 엔진을 도입한 퇴직연금 특화서비스 '연금케어'를 지난 4월 시작하기도 했다.

신한 연금케어는 개인별 수익률 목표 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 건강도 및 투자 가이던스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기존 '퇴직연금사업그룹'을 '연금사업그룹'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공적연금을 포함한 연금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4월 말부터 AI(인공지능)를 활용, 고객의 목표 연금자산 형성을 위해 진단·설계·컨설팅사후관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AI연금투자 솔루션'을 열었다.

AI연금투자 솔루션은 고객이 설정한 연금자산 목표에 맞춰 은퇴시점까지 개인의 투자계획을 설계해주는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로 장기간 투자를 해야하는 연금 특성상 체계적인 자산배분과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IRP/DC)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오는 8월 말까지 실시한다.

우리은행이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사전지정 상품 3개월 기준 수익률은 중위험(3.49%), 고위험(4.05%)로 일반 정기예금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고객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원리금·비원리금 상품 운용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

우리은행 사전지정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서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상품 중 100만원 이상 직접 매수한 고객 중 선착순 4000명에게 치킨상품권을 제공한다. 이벤트 대상 고객이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사전지정 상품을 선택해 등록까지 하면 스타벅스 음료 쿠폰을 추가로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폴트 옵션 도입이 시작됐지만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만큼 자금 이동이 크게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금융불안과 노후자금으로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선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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