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 자살로 남겨진 이들, 극복의 문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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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분, 극복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건 극복을 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애도 과정은, 망자에 대한 기억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제 삶을 다시 구축하는 여정에 가까워요."
남겨진 가족과 친구, '자살 생존자'들은 죄책감과 원망 등이 얽힌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고립되고,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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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웃는돌 작가 "응원 아닌 위로하려"
父 죽음 6년 후, 자신 돌보게 된 이야기
"이 책은 '여러분, 극복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건 극복을 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애도 과정은, 망자에 대한 기억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제 삶을 다시 구축하는 여정에 가까워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하루 평균 약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 명의 자살은 많게는 28명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쉬쉬해야 할 사인(死因)이다. 남겨진 가족과 친구, '자살 생존자'들은 죄책감과 원망 등이 얽힌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고립되고,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간 '나는 자살 생존자입니다'(문학동네 발행)는 그 지독한 시간을 견뎌 온 황웃는돌(31) 작가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다. 아버지가 자살한 후 6년이 지나고서야 심리 상담을 받으며 일어난 일상의 변화들을 솔직하게 담았다.
황웃는돌 작가는 11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20년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할 때쯤 자살 유가족과 관련된 콘텐츠는 논문까지도 다 섭렵했는데 나와 비슷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없었다"며 웹툰을 그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포스타입, 트위터 등 여러 온라인 채널에서 동시에 연재한 웹툰은 약 2년간 조회수 38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마음가짐은 연재 중반이 넘어가면서 더 진중해졌다. 작가는 "처음에는 저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메시지를 보며 사명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자살 생존자들에게 일종의 '구명 튜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그건 극복을 위한 응원이 아니라 위로의 목소리였다.
이야기는 황 작가의 1년여간의 심리 상담 기간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2014년 아버지가 숨진 후 그는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살았다. 아버지가 남긴 빚에 얽힌 소송으로 생활고에 시달려 닥치는 대로 일하기 바빴다. 지칠 대로 지쳐 자살 시도까지 한 후 정신이 든 작가는 지역 자살예방센터에 도움을 요청한다. 상담을 받고 자살 사별자 자조모임에도 나가며 '진짜' 애도의 시간을 갖게 된다. 고인, 그리고 고인과 나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돌아보는 지난하고 힘든 그 과정을 그리며 필명을 '웃는돌'로 정했다. 작가가 태어나기 전 작명을 고민하던 아버지가 농담처럼 던졌던 이름이다. 어쩌면 작가만의 애도 방식일지 모르겠다.
연필로 직접 그린 작화는 매력적이다. 그는 "고등학교 만화과를 졸업하고, 대학 시절 현대 미술을 전공하며 주로 연필로 드로잉을 했다"면서 "저렴한 재료값 때문에 선택한 그 작업 방식이 어느새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출판본에는 웹툰 연재분에 에세이가 더해져 더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이 첫 책이 자신에게도 '튜브'가 됐다는 그는 이제 다음을 준비한다. "시놉시스를 3편 완성해 뒀어요. 우선은 현대 여성의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성장물 한 편을 쓸 계획이에요."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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