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첫 사용 ‘대한민국’ 용어, 무심코 넘길 일 아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0~11일 대남(對南) 비난 담화에서 이틀 연속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여정은 미 공군의 대북 정찰 활동은 북미 간의 문제라며 ‘대한민국 군부’는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 김여정은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조선, 남조선 괴뢰라는 말을 써왔다. 대남 비난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대한민국’에 《》 표시를 써서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 최고 수준의 담화에서 ‘대한민국’ 을 사용한 것은 그동안 같은 민족끼리의 특수 관계로 간주해 왔던 남북 관계를 일반적인 적대국 관계로 대체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망 20주기 금강산 추도식을 거부할 때도 대남기구인 조평통이 아니라 외무성을 내세웠다.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남북은 1991년 채택한 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었다. 북한이 이런 특수 관계를 부정하고 나섰다는 것은 현재의 분단 상태를 영구화하고 어떠한 통일 논의도 거부한다는 의미다. 김씨 왕조의 영속화 뜻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남북 대화를 거부하며 대남 공세를 강화해 왔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남측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며 개성 공단 내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민족’에 기반한 대남 노선 수정을 공식화했다. 2021년 제8차 당 대회 이후엔 대남 담당 비서 직책이 사라졌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8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한민국’ 표현은 ‘같은 민족’으로서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마 같은 민족에게 핵을 쏘겠느냐’는 식의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앞으로 핵·미사일 문제 등에서 남북 차원의 논의를 전면 거부하고 새로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 폭침처럼 증거를 찾기 어려운 도발을 하거나 새로운 핵 실험에 나설 수 있다. 북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연예인 첫 공개 지지
- “이 음악 찾는데 두 달 걸렸다” 오징어게임 OST로 2등 거머쥔 피겨 선수
-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주말 도심서 집회로 맞붙은 보수단체·야당
- 수능 포기한 18살 소녀, 아픈 아빠 곁에서 지켜낸 희망
- 이재명 “우리가 세상 주인, 난 안 죽어”… 野, 특검 집회서 판결 비판
- [단독] ‘동물학대’ 20만 유튜버, 아내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
- [단독] ‘제주 불법 숙박업’ 송치된 문다혜, 내일 서울 불법 숙박 혐의도 소환 조사
- ‘58세 핵주먹’ 타이슨 패했지만…30살 어린 복서, 고개 숙였다
- 美검찰, ‘월가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에 징역 21년 구형
- 아이폰부터 클래식 공연, 피자까지… 수능마친 ‘수험생’ 잡기 총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