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깃장 푼 에르도안…‘중립국’ 스웨덴 나토 가입한다
스웨덴이 ‘EU 가입 지원’ 조건
나토, 발트해 안보영토 확대
러 공군·해군 활동 제약 받을 듯
“튀르키예와 안보공조 준비”
바이든, F-16 판매 재개할듯
우크라 나토 가입 초청장
“동맹국 동의, 조건 만족 때”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마무리 짓는 것은 이 같은 중요한 때에 나토의 모든 동맹의 안보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든다.”
1년 넘게 이어지던 튀르키예의 ‘어깃장’을 뚫어내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각)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3자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 동의안을 가능한 한 빨리 국회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나토와 스웨덴·튀르키예는 이 사실을 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내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완성하는 것은 이 중요한 시기에 모든 나토 동맹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소 근엄한 표정을 흩트리지 않는 이 노르웨이 정치인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연신 미소를 지었고, 나토가 공개한 3자 협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선 아예 파안대소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스웨덴의 가입 문제가 ‘큰 진전’을 이루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등을 논의하는 11~12일 본회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북유럽의 오랜 중립국이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그해 5월 나토 가입을 선언했다. 튀르키예는 핀란드의 가입엔 동의(4월 마무리)했지만, 스웨덴에 대해선 자신들이 요구해온 쿠르드족에 대한 조처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꺾지 않았다.
1년 넘게 이어진 ‘교착 상황’을 뚫어낸 카드는 뜻밖에도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로 가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튀르키예가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조건을 달아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튀르키예는 1987년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했고 2004년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자는 공동성명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스웨덴이 유럽연합-튀르키예 관세 동맹 현대화 및 비자 자유화 등 튀르키예의 유럽연합 가입 절차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스웨덴의 문제가 결정적 고비를 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튀르키예와 함께 유럽·대서양 지역 안보와 억제력을 위해 공조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은 2019년 이후 중단했던 양국 간 핵심 현안인 F-16 판매를 허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시 튀르키예가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구입하자 F-16 40대를 인도하고 기존 F-16의 성능을 개량하는 200억달러(약 25조9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중단시켰다.
스웨덴의 가입으로 나토는 러시아와 유럽 모두에 중요한 ‘해상 운송로’ 역할을 하는 발트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스웨덴·덴마크·핀란드·폴란드·발트3국과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가 이 바다와 직접 면해 있다. 발트해와 이어진 핀란드만에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위치해 있다.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나토가 장악하면, 러시아 공군·해군의 역내 활동은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스웨덴·핀란드의 가입 문제가 일단락되며, 이제 나토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첫날 회의 결과를 전하며 “우리는 동맹국들이 동의하고, 조건이 만족됐을 때 나토 합류를 위한 초청장을 우크라이나에 발급할 것을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나토 가입을 위한 사전 절차로 통상 수년이 걸리는 ‘가입국 행동 계획’을 우크라이나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회원국이 합의한 사실도 그는 공개했다. 다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가입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오는 12일 예정된 나토 우크라이나) 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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