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괴롭히는 ‘배변 장애’… 생활 습관만 바꿔도 80%는 완치”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2023. 7.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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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소 섭취하고 유산소 운동을
변비약 복용 땐 전문의와 상담해야
배변조영술로 해부학적 원인 찾아
약물 치료 힘들 땐 수술로 해결
대항병원의 이두석 원장(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오른쪽)이 환자에게 찾아온 배변 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항병원 제공
“매일 변을 보는데 시원하지 않거나 힘을 줘도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화장실에서 30분 이상 씨름한다면 .”

위와 같은 증상을 변비의 일종인 ‘배변 장애’라고 부른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여성의 3분의 1은 6개월 이상의 만성 변비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그중 40%는 배변 장애를 호소한다. 배변 장애는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9배 많다. 배변 장애, 변실금 전문가인 이두석 대항병원 원장(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을 만나 배변 장애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배변 장애는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일주일이 지나도 변이 안 나온다. 변이 너무 딱딱하다. 이런 현상을 변비라고 한다. 물론 배변 장애도 변비의 일종이다. 다만 배변 장애는 매일 변을 보지만 △변을 보는데 시원하지 않거나 △변을 봐도 잔변감(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있거나 △화장실에서 30분 이상 힘을 줘도 변이 안 나오거나 △힘을 줘도 막히는 느낌이 들 때 등 네 가지 대표 증상이 있다. 이 네 가지 증상 중 한두 가지 이상을 경험한다면 배변 장애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환자는 변을 보기 위해 자신의 배를 움켜잡고 누르거나 심지어 여자의 경우 회음부를 누르면서 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일시적으로 배변 장애가 생길 수 있나?

“그렇다. 누구나 일시적으로 배변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변을 보는 시기를 놓치면 변이 딱딱해지는데 이럴 때 누구나 배변 장애가 생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여행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해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다만 이런 경우는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다. 배변 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도 필요하지만 배변 장애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배변 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배변 장애의 원인을 알기 위해 병원에서는 배변조영술 검사를 받는다. 배변조영술을 하면 배변 장애의 원인이 되는 해부학적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보통 40% 정도 된다. 일종의 노화 현상인데 여성에게 많은 이유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 때문이다. 폐경기 이후에 엘라스틴이라든지 콜라겐 등을 지지해주는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직장이 변을 배출하기 위해서 힘을 줘야 되는데 그것을 지지하는 주변 근육들이 약해진다. 그래서 실제로 어쩔 수 없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남들한테 얘기하기도 힘드니까 본인이 혼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배변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배변조영술로 변이 빠져나가는 것을 촬영해 해부학적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왼쪽) 배변을 위해 힘주기 전. (오른쪽) 배변을 위해 힘준 뒤 장이 좁아지는 모습.
―배변 장애의 생활 습관 교정은 어떻게 하나?

“변이 딱딱할 때는 누구나 다 힘을 주게 된다. 변이 딱딱해지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 그러려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김치, 고구마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섬유소 권장량은 25g이지만 음식만으로 하루 권장량을 채우기는 어렵다. 따로 섬유소를 복용하면 좋은데 보통 섬유소 한 포에 6g으로 두 포 정도 복용하면 부족한 섬유소 권장량을 음식과 더불어 채울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물도 1ℓ(리터) 정도는 마셔서 몸의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유산소 운동도 장운동에 도움이 된다. 최소한 하루에 1시간 정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잔변감이 계속 들 경우 뜨거운 물에 좌욕을 하면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을 꼭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줄이는 것이다. 오늘 변이 안 나오면 내일이면 나올 거고, 내일 안 나오면 모레엔 나온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변을 억지로 누기 위해 장에 주름을 깊게 만드는 과도한 배변 활동과 힘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비데의 세정 기능은 항문괄약근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10분 내로 줄이는 습관도 필요하다. 그런 일반적인 배변 습관만 지키더라도 10명 중 8명은 좋아진다.”

―생활 습관 외에 배변 장애 치료는 어떻게 하나?

“그래도 변을 잘 못 볼 때는 변을 좀 부드럽게 보는 완화제라든지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잔변감이 들면 관장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변비약 복용 시 챙겨야 할 사항이 있다. ‘마그밀’이라는 변 완화제의 경우는 계속 복용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약국에서 사 먹는 자극성 변비약의 경우는 장기간 복용할 경우 장이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의와 상의를 하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기본적으로는 섬유소, 필요하면 약으로 된 섬유소, 그리고 변이 딱딱할 때는 마그네슘 계통의 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배변 장애를 수술로도 치료할 수 있나?

“10명 중 2명은 약으로 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수술 대상이 된다. 유럽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배변 장애의 원인이 되는 해부학적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이 수술을 시행해왔다. 그만큼 안전한 수술이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 65세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른다. 노령 인구에서 일종의 노화 현상으로 직장에 주름이 잡히는 직장중첩증, 배변 시 잔변이 생기는 공간이 되는 직장류(직장주머니)가 생기는데 이것이 배변 장애의 주원인이 되는 해부학적 이상이다. 수술은 복강경 인공막 직장전방 고정술이라는 수술인데 배변 시 직장이 처지지 않게 얇은 인공막을 넣어 지탱해 주는 수술이다. 직장류, 직장중첩증을 교정하는 수술로 보통 70∼80% 정도 배변 장애를 해결할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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