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한 사람에게 종신형 90회 연속 선고한 까닭은
사회적 경종 울리기 위해 적용… 한국 사법 체계선 볼 수 없는 판결
“피고인에게 90회 연속으로 종신형을 살 것을 선고한다.”
영화나 웹툰 장면이 아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텍사스 연방지법에서 나온 판결이다. 이 법원 데이비드 과데라마 판사는 2019년 8월 텍사스주 남부의 국경 도시 엘패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2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4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증오범죄 혐의 45건과 강력 범죄에서의 총기 사용 혐의 45건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해달라는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인 것이다.
크루시어스는 범행 당시 귀마개를 쓴 채 AK-47 소총을 들고 들어가 4개월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까지 연령대와 상관없이 총을 쏴 23명이 죽고 22명이 다쳤다. 당시 월마트 매장은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용품을 사려는 가족 단위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희생자 대부분은 히스패닉계 주민들이었다. 크루시어스는 사건 발생 전 극우 성향 사이트에 ‘히스패닉의 침공’이라고 적는 등 증오 범죄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판결 후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끔찍한 인종차별 광란을 벌인 피고인은 평생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고통을 감내해준 희생자 유가족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크루시어스는 재판 과정에서 사형을 면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검찰과 형량을 합의했지만 연방검찰 외에 주 검찰에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주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판결은 사회에 충격을 준 흉악 범죄자에게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엄정한 선고를 내려 사회적 경종을 울려왔던 미 사법 당국의 풍토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90회 연속 종신형’이라는 선고는 23건의 살인과 22명을 다치게 한 각각의 범행에 증오범죄와 총기 사용 범죄 혐의를 모두 적용해 산술적으로 더한 것이다. 한 사람이 여러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이 무거운 범죄를 기준으로 형량을 계산하는 한국 사법 체계에서는 볼 수 없는 양형 및 판결이다.
실제 미국에서 사회를 분노케 한 사건 재판에서 ‘만화 같은 형량’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2021년 5월에는 장기 입원 중이던 고령 참전군인 7명을 과다 투약 등의 방법으로 살해하고, 1명에 대해 살해를 시도했던 46세 여성 간호조무사에게 ‘종신형 7회에 징역 20년’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종신형이었지만, 범행에 따른 형량을 일일이 합산한 것이다. 2020년 1월에는 네 살배기 아이들을 유인해 성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32세 남성에게 징역 600년이 선고됐다. 미국법 전문가인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형량이라고 해도 미국 국민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나정 측 “강제로 마약 흡입 당해 ... 증거 영상도 있다”
- S. Korean and Chinese leaders hold summit in Peru, exchange state visit invitations
-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가스 폭발 추정 화재… 어린이 2명 등 3명 화상
- Editorial: S. Korean gov’t must act swiftly to curb investor exodus from domestic market
- 김정은 “핵무력 한계없이 강화…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집중”
- 대학가요제 무대 장악해버린 ‘더러운 신발’
- “무선이어폰이 단돈 5000원”…난리난 다이소, 또 없어서 못산다
-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트럼프 측근‧후원자는 ‘심기불편’
- 세계 1위 코르다, 올 시즌 LPGA 투어 7승 달성
- [Minute to Read] Hyundai Motor appoints 1st foreign CEO as Trump era lo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