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미술展 또 봐야 하는 이유… 박수근 초기작 ‘귀로’ 새로 걸렸다
함지박을 머리에 인 두 여인이 노란 들판을 가로질러 걷는다. 크고 작은 고목들이 화면 전체에 뻗어 있고, 여인들은 오른쪽 나무 앞뒤에 걸쳐 있다. 푸른 하늘과 노란 나무, 뒤따라 걷는 여인의 붉은 상의가 강렬한 이 그림은 ‘국민 화가’ 박수근(1914~1965)의 1953년작 ‘귀로’.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전시장에 새 그림이 도착했다. 미술관은 “박수근의 ‘귀로’를 1부에 새롭게 전시했다”며 “1999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우리의 화가 박수근’전에 출품된 이후 24년 만에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보물처럼 아끼는 그림을 내놓기 주저하는 소장자를 찾아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모셔온 작품이다.
하루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들의 일상을 종이에 유채로 그렸다. 박수근은 여러 점의 ‘귀로’를 남겼는데, 이 그림은 화강암을 닮은 박수근 특유의 투박한 마티에르(질감)가 덜하고 색채감이 도드라진 희귀작이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잎이 떨어진 고목을 배경으로 여인이 머리에 짐을 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구도는 다른 ‘귀로’ 작품들과 같지만, 겹겹이 쌓아올려서 거친 질감을 내는 대신 노랗고 파랗고 붉은 색채감을 살렸다”고 했다.
정나영 소마미술관 전시학예부장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이 확고해지기 전 박수근의 1950년대 초반 초기작 중에 이런 스타일이 몇 점 있다”며 “이 작품은 초기작의 질감과 함께 박수근 특유의 구도와 소박한 정서가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근대미술 평론가는 “박수근이 원래 밝은 색깔을 먼저 쓰고, 그 위에 유화 물감을 바르고 또 발라서 딱딱하고 거친 바위처럼 회색빛으로 덮이는 마티에르를 만들어간 것”이라며 “박수근의 초기 작품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흥미롭다”고 했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평생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화가는 1965년 5월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라는 말을 남기고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15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선 ‘귀로’ 외에도 서울 창신동 집에서 그린 ‘골목 안’ ‘두 여인’ ‘노상의 사람들’ ‘초가마을’ 등 박수근 그림 15점을 볼 수 있다. 8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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