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책사업은 정치가 절반인데… ‘그 땅 몰랐다’로는 면피 안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변경된 노선 종점 부근에 대통령 부인 일가 땅이 있는 것을 야당이 문제 삼자 정부와 여당은 ‘가짜 뉴스이자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성과 주민 편의성을 근거로 판단한 정책 사안을 정쟁화시켰다며 사업 백지화도 선언했다. 실제 야당은 정부가 뭐라고 설명해도 ‘기승전김건희’라는 식의 음모론을 계속 제기했을 것이다. 정부로선 원안 회귀도 대안 고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변경안에 대통령 부인 일가 땅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실제 몰랐다면 큰 문제다. 국책 사업은 정책일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고려하고 조정하는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6년 논의가 시작돼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쳤고, 사업비가 2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이다. 최소 7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회에서 수많은 논의가 오갔다. 현 정부에서 변경안이 검토됐다면 당연히 대통령 부인 일가의 땅 보유 여부도 고려했어야 한다. 대통령 부부의 재산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개돼 있는 사안이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나왔었다. 대통령 부인 일가 땅이 있더라도 변경안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야 정치권과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즉각적으로 지역민의 숙원이자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의 일환인 이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몰랐다’는 말로 책임 회피를 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야당뿐만 아니라 정부 관계자, 전문가들도 “법정 계획까지 세운 사업을 이런 식으로 무산시키는 건 유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책 사업의 절반은 정치다. ‘몰랐다’는 말은 ‘무능하다’는 또 다른 고백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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