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내세우고 가격 올린 디즈니… 웃지 못하는 100주년
올해가 창사 100주년인 월트디즈니가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논란에 이어 디즈니월드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실적 부진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방문객이 급감해 10년 만에 가장 한산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공립학교의 여름방학 기간과 독립기념일 연휴가 겹치는 7월 첫째 주말은 미국 주요 관광지에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대목인데, 디즈니월드는 올해 이례적으로 관광객이 줄어 놀이기구 대기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놀이기구 대기 시간 분석 업체 ‘투어링 플랜스’는 2019년, 2022년, 2023년의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대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디즈니월드 내 4개 테마파크 중 하나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테마파크’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평균 대기 시간이 33분이었고, 지난해에는 44분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8분으로 작년의 절반 이하로 대기 시간이 줄었다. 이는 디즈니월드를 찾는 사람이 줄어 예년만큼 붐비지 않았다는 의미다. 매직 킹덤 파크 등 디즈니월드의 다른 테마파크도 올해 평균 대기 시간이 작년보다 감소했다.
WSJ은 방문객이 줄어든 원인 가운데 하나로 디즈니월드 운영 전략을 꼽았다. 디즈니는 방문객이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도록 지난해부터 연간 이용객들의 혜택을 줄이고 신규 연간 회원권 판매를 중단했다. 놀이기구를 무료로 예약하는 제도도 폐지하고, 15달러(2만원) 이상을 쓰도록 하는 유료 예약 서비스로 대체했다. 또 ‘2일 입장권’ 가격을 성인 기준 255달러(약 33만3000원)에서 285달러(37만2000원)로 올린 것을 비롯해 전반적인 요금을 평균 9% 인상했다.
돈을 더 많이 쓰게 한다는 전략이 디즈니월드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디즈니 투어 상품을 파는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WSJ에 “디즈니월드 가격이 오르자 고객들이 크루즈 여행이나 해변 휴양지로 대체 관광 상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콧대가 높아진 디즈니월드 대신 해외여행 등 다른 선택지를 찾는 가족 여행객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진보와 보수가 서로 정치적 올바름을 다투는 ‘PC 주의’ 논쟁에 휘말린 것도 악재다. 특히 공화당 소속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갈등이 가장 큰 논란이 됐다. 앞서 디즈니는 지난해 3월 공립학교에서 동성애 관련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이 플로리다주에서 통과되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반발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월드에 부여된 과세권과 개발권 등을 제한하겠다고 나서자, 디즈니가 소송을 제기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PC주의를 적극적으로 담은 디즈니 콘텐츠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영화, 애니메이션에 동성애자 코드를 넣고 ‘흑인 인어공주’와 ‘라틴계 백설공주’ 등으로 주인공의 인종 문제를 건드린 것이 관객들 공감을 얻지 못하며 논란을 키웠다. 야심 차게 뛰어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가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았음에도 실적 부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할리우드 분석 매체 발리언트레니게이드는 디즈니가 지난 1년간 발표한 8개 작품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약 9억달러(1조2000억원)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증시(S&P500 기준)가 15% 가까이 오르는 동안 디즈니 주가는 1% 상승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의 ‘캐시 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 역할을 맡아 왔던 디즈니월드의 매출 감소는 치명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디즈니월드의 수익이 디즈니 전체 영업 이익의 약 64%에 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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