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경기장, 객석은 응원석… ‘각본 없는 드라마’가 뮤지컬로
“큰일 났다, 나 야구하고 싶네!”
소년이 국자를 들고 노래 부를 때, 무대 뒤 대형 LED 화면에 크고 작은 야구공이 둥둥 떠다닌다. 홀로 국숫집을 하는 할아버지를 끔찍이 위하는 착한 아이의 꿈은 오직 하나, 세상 가장 맛있는 국수를 만드는 ‘국수왕’. 그런데 그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야구를 하는 친구의 ‘1일 1치킨’ 약속에 깜빡 넘어가 처음 배트와 글러브를 잡아본 것뿐인데, 눈을 감아도 자리에 누워도 온통 야구 생각뿐이다.
오는 16일까지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연출 이대웅)는 ‘구도(球都)’ 부산 야구의 전설, 최동원배 리틀 야구 대회에 출전하는 만년 꼴찌 리틀 야구팀 마린스 이야기. 성인과 아역 배우들이 한 무대 위에 어울려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며 노래하는 가족 뮤지컬이다.
타석에만 서면 벌벌 떨던 소심한 아이, 촉망받는 육상 선수지만 혼자 뛰느라 외로웠던 소녀…. 오직 야구가 좋아 뭉친 아이들이 소년 만화처럼 풋풋한 우정으로 저마다의 아픔을 극복하고 한 뼘씩 성장하며 끝내 꿈을 이룬다. 제작사 ‘라이브’ 강병원 대표는 “부모와 함께 온 어린 관객들이 마치 자기 일인 양 무대 위 아이들에게 감정이입해 함께 응원하고 소리 지르며 공연을 즐긴다. 이 정도 뜨거운 반응일 줄은 예상 못 했다”며 활짝 웃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 좌절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인생의 축약판이다. 여자 연예인들의 축구 도전기 ‘골때리는 그녀들’, 은퇴 선수와 중고 신인들의 2군 경기 ‘최강 야구’ 등 최근엔 TV 예능도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무대에서도 스포츠 소재 뮤지컬이 잇따라 막을 올리고 있다.
‘야구왕 마린스!’는 무대 위에 세트와 조명으로 야구장의 다이아몬드 그라운드를 재현한다. 무대 뒤편 대형 LED 화면으로 공을 던지고 홈런 타구가 날아가는 모습, 경기장의 열띤 분위기 등도 구현한다. 부산시가 지역 대표 문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뮤지컬 ‘마리 퀴리’를 퀴리 부인의 모국 폴란드에 수출한 제작사 라이브와 손잡고 첫 창작 뮤지컬 제작에 도전했다.
스포츠 소재 공연은 핸드볼, 축구, 펜싱 등으로 종횡무진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은 스포츠 경기를 무대 위에 표현할 때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 운동선수가 함께 출연하거나 경기장을 닮은 무대를 만드는 등 창의적 방법들을 동원한다.
14일 서울 송파구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연출 김명훈)는 태권도 시범단 14명과 뮤지컬 배우 11명을 함께 무대에 세운다. 강렬한 태권도 퍼포먼스와 음악의 결합이 초연부터 호평받았다.
오는 27일부터는 서울 CJ아지트 대학로에서 핸드볼 소재의 연극 ‘다른 여름’(작·연출 최치언)이 한 달간 재연에 들어간다. 핸드볼 경기장처럼 만들어진 무대를 마치 실제 경기의 관중처럼 지켜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내달 4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개막하는 연극 ‘패스’(작·연출 윤정환)는 1946년 마지막 경평대항축구전(경평전)을 소재로 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 이 연극의 객석은 아예 객석이 아닌 ‘응원석’으로 설정됐다. 9월 12일부터 서울 드림아트센터에서 재연하는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펜싱을 소재로 배우 6인이 무대에 올라 초연 때부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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