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 기승 부리지만… 역사는 민주주의로 끝날 것”

이영관 기자 2023. 7. 12.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와 그 불만’ 펴낸 후쿠야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내 인생에서 본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DB

책 ‘자유주의와 그 불만’(아르테)의 국내 출간을 맞아 줌으로 만난 프랜시스 후쿠야마(71)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화면 너머에서 힘주어 말했다. 대표작 ‘역사의 종말’에서 냉전 이후 세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계속될 거라는 주장을 펼쳤던 그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후쿠야마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해에 정치적으로 매우 고립돼 있었다. 그 결과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채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또 “의사 결정권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권위주의 정권의 특성상 이런 실수가 자주 관찰된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강력한 방역)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주의에 치우친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해 잘못된 예측을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모든 국가가 결국 자유민주주의로 수렴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대안은 여전히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작 ‘자유주의와 그 불만’은 자유주의가 그 자체로 완벽한 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우파는 자유주의의 경제적 자유를 추구해 신자유주의를 만들어냈고, 좌파는 자유주의의 특성인 ‘자율성’을 추구하며 인종, 젠더 등 정체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키워냈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5년 동안 전 세계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며 “좌우 중에선 특히 미국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우파 진영 포퓰리스트의 등장이 자유주의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했다.

후쿠야마는 자유주의의 본래 정신에 주목하자고 말했다. “자유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법치주의라는 제약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후쿠야마는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관용’과 ‘국제적 협력’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경험을 보면, 우파와 좌파 모두 상대 진영을 엄청난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정치는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헤비급 복싱처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경청해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라고 했다.

‘국제적 협력이 이상적일 수 있다’는 질문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시로 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지가 생기면서, 나토(NATO) 내에서 연대가 이어졌다. 유엔 역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즉각적이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평화 유지에 많은 역할을 해 왔다.” 그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조했다. “한·미·일 3자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며, 그를 위해선 협력이 필수적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