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장마 용어의 퇴색

구시영 선임기자 2023. 7.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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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는 장마에 관한 것도 수두룩하다.

예부터 장마가 농사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컸음을 보여준다.

기상청은 이와 관련, 오는 10월 전문가 학술대회에서 장마 용어의 재정립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져 무게가 더욱 실린다.

공식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발표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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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는 장마에 관한 것도 수두룩하다. 예부터 장마가 농사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컸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나왔을 터다.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를 한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무엇을 원망하되 발음이 분명치 않게 입속으로만 웅얼거린다는 의미다. 그만큼 장마철로 인한 원망이 많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다시피 장마는 여름철에 오랫동안 내리는 비를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500년대로 전해진다. 길다는 한자어 ‘장’과 비를 의미하는 ‘마’를 합친 표현이다. 보통 남부 지방은 6월 중순에, 중부 지방은 6월 말에 시작해 한 달가량 이어지다 7월 말에 끝난다. 습한 공기가 동서로 전선을 형성하고 남북을 오르내리며 많은 비를 뿌리는 형태였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근래에는 기존 장마 패턴이 깨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내렸다가 금방 폭염이 나타나는 널뛰기 장마가 반복되는가 하면, 야간에도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어서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장마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기상학계에서 나온다는 소식이다. 기상청은 이와 관련, 오는 10월 전문가 학술대회에서 장마 용어의 재정립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져 무게가 더욱 실린다. 하기야 기상청은 이미 2008년부터 장마 예보를 중단했다. 공식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발표하지 않는 것이다. 장마가 종잡을 수 없이 변하면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장마의 대안으로 우기(雨期)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우기는 주로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의 기후 현상이다. 500년이 넘은 장마 용어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도 그렇지만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악화일로의 양상이다. 이달 3∼6일 지구 평균기온이 나흘 연속으로 17도선을 훌쩍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앞으로 폭염과 홍수, 가뭄 등 이상 기후현상이 더 많이 일어나고 극단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 ‘7월 장마는 꾸어서 해도 한다’는 말도 있다. 7월에는 으레 장마가 있기 마련이니, 장마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대비하라는 뜻이 담겼다. 기후위기 대처에서도 다르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고 2050년 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이 기후재앙을 최소화하는 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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