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 백발백중 소녀가 자라… 권총으로 亞경기 金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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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예언'이 없었다면 지금 총 대신 가위를 잡고 있을지도 몰라요."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국가대표 이시윤(20·임실군청)은 6일 전북 임실군 전북종합사격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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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대신 장난감총에 꽂힌 초등생
비비탄 20발 다 맞히자 주변 환호
국내 평정하고 국제대회 첫 도전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국가대표 이시윤(20·임실군청)은 6일 전북 임실군 전북종합사격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시윤은 ‘미용실 집 막내딸’이다. 부모님 두 분도, 하나뿐인 언니도 모두 미용실 사장님이다. 이시윤도 어릴 때 고데기, 헤어롤을 가지고 놀았다.
‘총’이 찾아온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고등학생 친척 오빠가 명절에 비비탄총을 가지고 놀러 온 게 계기였다. 이시윤은 “검은색 바탕에 그려진 은색 독수리 무늬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오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거 예뻐. 나한테 주면 안 돼?”라며 울먹이는 친척 동생에게 결국 총을 양보해야 했다.
이시윤은 이 총으로 나무와 도로 표지판 등을 쏘며 ‘영점’을 잡았다. “여자가 무슨 총이냐. 좀 얌전하게 놀아라”고 부모님이 아무리 타박해도 소용이 없었다. 부모님이 이시윤의 사격 실력을 인정하게 된 건 3년 후였다. 가족이 함께 찾은 울산 일산해수욕장에서 비비탄총 사격 부스를 발견하자 이시윤은 부모님께 “3000원만!”을 외치고 떠나 인형과 쿠션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멀가중’(멀리, 가까이, 가운데) 과녁을 겨누며 비비탄 20발을 쏴서 ‘만발’을 기록한 것.
상품보다 사격 부스에 있는 총을 더 탐내는 딸을 보면서 어머니 강은순 씨(52)는 청수암 주지 스님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시윤이 유치원생이던 2008년 남편 이민승 씨(57)가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강 씨는 울산 울주군에 있는 이 절에서 기도를 올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 스님이 느닷없이 “막내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 전에 재능을 하나 발견할 거야”라더니 “재능을 보이면 막지 말고 꼭 밀어 주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시윤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식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영점사격’과 ‘실사격’은 달랐다. 시상대에는 어렵지 않게 올랐지만 정상은 멀기만 했다. 이시윤은 “전국대회 금메달을 목에 처음 걸기까지 4번 연속으로 준우승만 했고, 중고교 때도 2위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2시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며 웃었다.
이시윤이 ‘1시윤’에 익숙해진 건 임실군청에 입단한 지난해부터다. 곽민수 임실군청 감독(44)은 “시윤이가 타고난 감각은 좋은데 격발 직전 자세가 많이 흔들리고 안정적이지 못했었다”고 평가했다. 곽 감독은 약 2kg 무게의 총에 500g 추를 더한 채 1분씩 격발 자세로 버티는 ‘정지력 향상 훈련’을 제안했다. 이 훈련 이후 이시윤은 지난해 대구시장배, 대한사격연맹회장기, 한화회장배를 휩쓸면서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그리고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태극마크까지 따냈다.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가 이시윤의 국제무대 데뷔전이다. 이번 사격 대표팀에서 양지인(25m 권총), 장정인(10m 공기소총)과 함께 ‘막내 삼총사’를 이루고 있는 이시윤은 “특별히 부담되거나 초조하지는 않다. 원래 성격이 큰일을 앞두고 동동거리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집에 메달 걸어두는 곳이 있는데 금메달을 얼른 하나 더 걸고 싶다. 그게 항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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