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87> 한가한 자신을 스스로 경하한다는 고려 후기 고승 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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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산을 보건만 그렇게 봐도 부족하고(日日看山看不足·일일간산간부족)/ 언제나 물소리를 듣건만 그렇게 들어도 싫증나지 않다네.
/ 자연에 있으면 귀와 눈 모두 맑고 상쾌하니(自然耳目皆淸快·자연이목개청쾌)/ (자연의) 소리와 색 그 사이에서 평온한 마음 기르리라.
그는 어쩌면 태생적으로 산과 물을 좋아하였던 모양이다.
그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 그것이 산승(山僧)인 그가 추구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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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산을 보건만 그렇게 봐도 부족하고(日日看山看不足·일일간산간부족)/ 언제나 물소리를 듣건만 그렇게 들어도 싫증나지 않다네.(時時聽水聽無厭·시시청수청무염)/ 자연에 있으면 귀와 눈 모두 맑고 상쾌하니(自然耳目皆淸快·자연이목개청쾌)/ (자연의) 소리와 색 그 사이에서 평온한 마음 기르리라.(聲色中間好養恬·성색중간호양념)
위 시는 고려 후기 고승인 충지(冲止·1226~1292)의 시 ‘한가한 내게 스스로 경하한다(閑中自慶·한중자경)’로, 그의 문집인 ‘원감국사집(圓鑑國師集)’에 들어있다. 고려 승려로서는 가장 많은 시 21수 등 모두 76편의 시문(詩文)이 ‘동문선’에 수록돼 있다. 충지는 1286년 스승인 원오국사의 추천으로 전남 순천 수선사(修禪社·현 송광사) 제6세 사주(社主)가 되었다. 그는 과거를 거쳐 벼슬하다 1254년 29세에 강화도 선원사(禪源社) 원오국사 문하에서 출가했다. 산에 살다 보니 보이는 건 산이고, 들리는 건 물소리이다. 그는 어쩌면 태생적으로 산과 물을 좋아하였던 모양이다. 자연 속에 있으면 평온해지고 다투는 세상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귀도 맑아지고 눈도 상쾌해진다. 아무리 산을 보고 물소리를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자족하는 마음이다. 그 속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수행한다. 그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 그것이 산승(山僧)인 그가 추구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시 ‘한가한 중에 쓰다(閒中偶書·한중우서)’에서도 평온하고 자족하는 마음을 읽는다. “배고파 밥 먹으니 밥맛 더욱 좋고(飢來喫飯飯尤美·기래끽반반우미)/ 자다 일어나 차 마시니 차 맛 더욱 다네.(睡起啜茶茶更甘·수기철다다갱감)/ 처소가 궁벽하여 찾는 사람 전혀 없고(地僻從無人扣戶·지벽종무인구호)/ 암자가 비어 부처님과 함께 있는 기쁨 누리네.(庵空喜有佛同龕·암공희유불동감)”라고 읊었다.
송광사에서도 수행했다는 한 스님이 목압서사를 방문했다. 그는 충지의 시를 좋아한다고 했다. 차를 마시며 충지와 송광사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필자는 모 대학 사학과에서 한 학기동안 우리나라 3대 사찰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어 송광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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