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용산 정치의 카르텔
2023년의 대한민국은 마치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노태우 정권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중앙 부처 차관으로 보내 범죄와의 전쟁 선발대 인사를 마쳤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신임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반카르텔 정부”임을 자처하고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다 할 국정철학이 보이지 않던 정부의 운영 기조가 ‘이권 카르텔의 해체’라는 공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검사의 시각에서 본 범죄자와 피의자 인식은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에 응답하듯, 지난 9일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 출신인 임상준 환경부 차관 취임 후 신설한 레드팀 첫 회의에서 반드시 혁파해야 할 대상으로 이권 카르텔을 꼽았다. 문제는 이권 카르텔을 규정하는 인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는 규제산업과 신산업 등 시장과 기업의 자유에만 몰두했지, 사회적 약자의 자유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건설노조, 시민단체, 민주노총 등 자신들과 이념적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는 세력은 철저하게 짓밟을, 불손한 이권 카르텔일 뿐이다.
지난 5월31일 전남 광양제철소의 7m 높이 철탑에서 농성하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김준영씨는 경찰이 휘두른 1m 진압봉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려야 했다. 공권력은 윤석열 정부가 규정하는 이권 카르텔을 진압하는 수단이 되었다. 감사원은 앞으로 50여명의 감사관을 증원할 계획이라 한다. 이제 공직사회는 열심히 일해서 잡음을 만들기보다는 몸 사리기에 급급할 것이다. 비정상적 충성 경쟁의 정치 카르텔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윤 대통령은 차관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헌법 정신에 충성해달라”고 말했다. 정확한 인사 평가를 강조하면서, 자신은 통일부 장관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대북 강경파와 극우 인사를 임명했다. 오래전부터 그토록 부르짖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가 궁금해졌다. 얼마 전 사회학자 이나미씨의 책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을 통해 어느 정도의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자유를 강조하는 사람은 늘 보수주의자들이다. 보수적 정치가들이 외치는 자유는 기득권 유지를 지키고자 하는 자유일 뿐이다.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자생적 질서는 법치의 강조로 나아가게 된다. 자유주의자들이 법과 제도를 통해 견제하고자 하는 건 과거에는 왕권, 현재는 민주주의다. 민중의 강한 권력은 기존의 법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왜 그가 자유를 부르짖고, 늘 법치를 입에 달고 다니는지를. 그리고 법치는 민중의 힘을 억누르는 수단이었음을. 여기서 “보수주의자들의 자유가 기득권 유지만을 위한 것이라면, 보수주의는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명쾌한 답을 내린다.
“정치를 진보와 보수라는 한 마리 새의 양쪽 날개로 보면 보수는 과연 날고자 하는 사상인가? 보수주의는 존재해야 하는 필수적 이념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욕망이다. 날개는 변화와 진보를 이루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보수주의는 날개가 아니다. 균형을 위해서는 성찰이라는 날개가 필요하다. 성찰은 진보를 완성한다.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숙고하며, 미래의 부작용을 대비한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는 성찰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많은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계층의 국민이 참여해 정책을 결정했다. 협치의 정부였다. 협치는 다양한 행위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통치다. 통치는 정부에 의한 일방적 지배다. 정치의 카르텔이다. 용산이야말로 ‘카르텔 정치의 옷’을 과감히 벗을 때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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