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유럽 ‘아츠버스’ 대장정… 반전·연대 메시지 싣고 다시 달린다

성백 시각예술가·행위예술가 2023. 7. 12.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백 작가의 ‘2023 아츠버스 월드 투어’ 여행기

‘2023 아츠버스 월드 투어 프로젝트(ARTsBUS World Tour Project)’ 원정대가 지난 2일 ‘세계평화 예술대장정’을 떠났다. 예술가 6인으로 이뤄진 일행은 다음 달 4일까지 유럽 곳곳에서 공연·퍼포먼스·전시 등 예술 활동을 통해 평화·반전·생태·연대 메시지를 전한다. 일행은 부산에 본부를 둔 한국행위예술가협회의 회원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시각예술가·행위예술가인 성백 작가가 주도했다. 부산 금정구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머지’ 대표인 그는 기획단장·원정대장이다.
 
성백 작가는 2019년 ‘2019 아츠버스 월드 투어’를 부산 예술가들과 함께 두 달 동안 감행했다. 미니 버스를 직접 몰고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시베리아·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가 예술 퍼포먼스를 펼치며 세계인과 교류하고 한국·부산 예술을 알렸다. 2019년 투어 당시 이들은 타고 갔던 버스를 독일에 두고 귀국했다. ‘제2차 원정대를 꾸려 곧 유럽으로 다시 올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멈췄다. 전쟁까지 터졌다. 4년이 지난 올해 성백 작가와 예술가들은 다시 팀을 꾸려 ‘2023 아츠버스 월드 투어’를 떠났다. 성백 작가가 유럽 현지에서 지난 9일까지 상황을 반영한 여행기를 보내왔다. 이 프로젝트는 ART in NATURE가 주최하고 부산시·부산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지난 9일 ‘2023 아츠버스 월드 투어 프로젝트’ 일행이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앞에서 반전·평화를 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곳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한국인 마라토너 손기정 남승룡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곳이다.


- 버스로 예술·문화교류 프로젝트
- 2019년 독일서 1차 여정 마침표
- 코로나·러 침공에 4년간 기다림

- 꿈 포기 않고 2일 인천서 출정식
- 예술가 6명 마침내 베를린 도착
- 수년 동안 기다려준 버스와 재회

- 전쟁·환경·기후 위기 겪는 현재
- 다음 달 4일까지 유럽 곳곳 돌며
- 퍼포먼스·전시로 “STOP” 외쳐

2019년 10월 아츠버스(ARTsBUS)는 부산을 출발해 시베리아 혹한의 땅을 지나 유럽 독일의 베를린까지 2만㎞를 두 달 동안 달렸다. 그때는 2020년에 2차 프로젝트로 바로 유럽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버스를 베를린에 주차해 두고 비행기를 타고 대원들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잠시 미루었던 2차 프로젝트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멈추어야 했다.

성백 작가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길거리 맨홀 뚜껑을 탁본하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때가 되었을 쯤 이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는 핵전쟁과 3차 세계대전 위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리는 프로젝트 포기까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지난 2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대원 모두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득이 출국 하루 전 인천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처음에는 부산에서 하려 했으나 대원 모두 바쁜 일정이 발목을 잡아 출국 공항이 있는 인천으로 잡았다. 출정식은 성황리에 끝났다. 필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천 우현문갤러리에서는 6월에, 참살이 미술관에서는 7월에 초대개인전을 2019년 열었다. 제1차 아츠버스 월드 투어 프로젝트 때 여러 나라를 떠돌며 제작한 현지 도시 탁본 작업을 ‘메신저ㅡ온더 로드’라는 주제로 선보였다. 그 인연으로 인천 문화예술인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출정식에 많은 분이 함께해 주었다. 많은 선배님이 기꺼이 인천까지 와주시고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금일봉까지 주셔서 고마웠다.

우리는 제2차 아츠버스 여정의 주제를 ‘STOP’으로 정했다. 현재 세계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핵무기 위협과 핵전쟁 위기,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는 기후·환경 위기를 실감한다. 이 모두를 멈춰야 한다. 인류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류가 잠시 멈추었을 때 지구의 자정 능력을 우리는 보았다. 역설적으로 아츠버스팀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달린다. STOP! #StopWAR #StopNUCLEAR #StopPLASTIC

대원들은 부산에 사무국을 둔 한국행위예술가협회 회원들로 구성됐다. 퍼포먼스의 즉흥성, 전위적 예술행위가 이번 프로젝트 성격과 맞아 자연스럽게 멤버가 구성됐다. 인천공항에서 베를린까지 총 16시간의 비행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2019년의 여정 뒤 4년 넘는 기간이 지났다.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베리아와 유럽을 달렸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2022년 잠깐 독일에 가서 거기 정차해둔 아츠버스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 만나면 한국으로 같이 가련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또 비울 수 있을까? 유럽 시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그들은 우리를 이해할까? 2019년 부산에서 두 달을 달려 도착했던 베를린을 총 16시간 비행 끝에 단숨에 도착한다. 시공을 넘나든 느낌이다.

일행이 2019년에 이어 이번에도 타고 다닌 아츠버스.


이래저래 지연과 연착으로 베를린에는 밤 11시 30분 도착했다. 독일은 슈퍼마켓이 10시가 되면 모두 문을 닫아 저녁을 먹을 수 없었는데 다행히 권영일 작가가 준비해 온 국수와 육수 다시로 간단히 요기하고 잘 수 있었다.

이튿날인 7월 4일, 새벽 4시30분 눈을 떴다. 시차 적응 실패인가?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새벽잠을 깼다. 우선 숙소 주변을 둘러보고 가까운 마트를 확인했다. 일행과 마트로 가서 식자재를 준비하고 다 같이 첫 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우리의 아츠버스가 이곳 독일에 잘 있을까 궁금했다. 2022년 5월 한 달 동안 아이슬란드 아트 프로젝트를 위해 베를린을 경유했을 때 간단하게라도 버스를 정비하고 갔기에 조금은 덜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1년 이상 노상 주차장에서 방치 수준으로 주차해 두었기에 걱정이 됐다.

지난해 6월 이후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티네 슈나펜부르크(Kristine Schnappenburg) 작가가 차량 관리를 해주었기에 크리스티네의 작업실로 갔다. 작업실은 숙소에서 25㎞ 떨어진 알렉산더플라츠(Alexanderplatz)에 위치해 우리는 우버 차량을 불러 6명이 다 같이 이동했다. 1년 만에 만나는 크리스티네는 여전히 멋졌다.

크리스티네는 지난 1년간 중간중간 우리 버스를 이동해 주었고 가끔 차량 상태를 페이스북 메시지로 알려줬다. 장시간 이동하지 않을 때는 배터리를 분리해 방전을 예방해 주었다. 자동차키를 건네받고 우리는 버스가 있는 무료 주차장으로 갔다. 이때도 우버를 타고 이동했는데, 어느 순간 저 멀리 있는 아츠버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나 여기 있어요~”라며 큰소리로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배시아 작가가 영상촬영을 해야 하니 천천히 가라고 소리 질러 그때서야 달리기를 멈추고 시선을 차량에 고정하고 천천히 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배시아 작가는 그날의 영상을 편집하느라 식탁에 마주 앉아 있다. 4년 반 동안 기다려 준 나의 아츠버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2019년 나를 비롯한 제1차 아츠버스 대원들을 만나 11월 혹한의 시베리아를 지나 베를린까지 함께해 준, 내 연인과도 같은 버스는 조금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던 스테인리스 휠은 놀라울 정도였다. 급하게 차 문을 열고 배터리 커버를 열어 케이블을 연결해 본다. 금속이 닿을 때마다 배터리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아~~! 살아있구나. 마치 심폐소생술 하는 마음으로 배터리를 연결하고 첫 시동을 걸었다.

부르…부르릉. 우렁찬 엔진 소리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야~~! 환호를 질렀다. 우리 대원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다 같이 환호했다. 서로 손뼉 치며 기뻐해 주었다. 10여 분 예열하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얼마나 떨리던지. 사실 유럽에서는 이 버스가 무보험 차량이기에 더욱 떨렸다. 1시간가량 운전해 숙소 근처에 주차했다.


많은 베를린 시민이 관심을 가져 주었다. 현지인 가족이 말을 건넨다. 이 차가 정말 한국에서 온 것이 맞느냐? 묻는다. 맞다, 우리는 2019년 한국에서부터 운전해 여기까지 왔다, 코로나 탓에 이 버스는 돌아가지 못했는데 이번 유럽 아트투어를 한 뒤 곧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가족은 매우 놀라워했다. 이날 저녁은 홍라무 작가가 삼겹살과 닭다리를 요리해 주었다. 배시아 작가는 샐러드 등을 맡았다. 모든 대원이 저녁을 준비해 맥주를 마시며 아츠버스의 ‘무사 재시동’ 기쁨을 나누었다.

◇ 참여 작가=기획단장 성백(시각·행위예술, 부산) 심홍재(시각·행위예술, 전주) 유지환(시각·행위예술, 서울) 홍라무(부토, 제주) 권영일(사진, 곡성), 배시아(시각·행위예술, 울산). 이들은 모두 부산에 본부를 둔 한국행위예술가협회 회원들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