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앞에서 아버지와 똑같아진 나를 보다

최지선 기자 2023. 7.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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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때부터 분신처럼 기른 아들의 눈빛이 어느 순간 낯설다.

아들은 "사는 게 나를 짓누른다"며 울부짖는다.

피터는 "어려움 없이 자란 네가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아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그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한다.

잭맨은 자식의 우울증을 마주하는 아버지의 당혹감과 무력감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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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레르 감독 영화 ‘더 썬’ 19일 개봉
‘더 파더’ 이어 가족 3부작 두번째
우울증 아들 둔 아버지 역 휴 잭맨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 올라
영화 ‘더 썬’에서 피터(휴 잭맨·오른쪽)가 해변에서 어린 아들 니콜라스를 번쩍 들어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갓난아기 때부터 분신처럼 기른 아들의 눈빛이 어느 순간 낯설다. 보기만 해도 삶이 충만해지던 햇살 같은 미소는 간데없다. 아들은 “사는 게 나를 짓누른다”며 울부짖는다.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어떻게 해야 아이를 도울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우울의 늪에서 아들은 길을 잃고, 부모는 무력하기만 하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더 썬’은 우울증을 겪는 10대 아들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버지 피터 역을 맡은 배우 휴 잭맨은 이 영화로 올해 1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뉴욕의 잘나가는 변호사인 피터는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넓은 집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지내고, 둘 사이에는 갓 태어난 아기도 있다.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정계의 러브콜까지 받는다.

완벽해 보이는 그의 일상은 전처가 키우는 10대 아들 니콜라스(젠 맥그래스)에게 문제가 생기며 흔들린다. 니콜라스가 매일 등교한다며 집을 나서지만 사실 두 달째 결석했고, 공원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니콜라스는 엄마 케이트(로라 던) 대신 아빠와 살겠다며 집까지 옮기지만 증세는 깊어진다. 피터는 “어려움 없이 자란 네가 도대체 뭐가 문제냐”며 아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그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혼한 부모를 향한 원망이다. 피터는 어렸을 적 가족을 버려두고 성공만을 좇은 아버지를 혐오하며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실패자가 된 것 같아 함께 무너진다.

잭맨은 자식의 우울증을 마주하는 아버지의 당혹감과 무력감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그는 연출을 맡은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에게 e메일을 보내 “이 배역을 꼭 맡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화는 극작가이기도 한 젤레르 감독의 ‘가족 3부작’ 중 두 번째로 영화화됐다. 2021년 영화로 만들어진 ‘더 파더’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로, 주연인 앤서니 홉킨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3부작 가운데 ‘더 마더’는 아직 영화화되지 않았다. 젤레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죄책감과 가족 간의 유대감, 궁극적으로는 사랑에 관한 영화”라며 “정신 질환에 대한 대화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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