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반격… ‘순수 혈통’ 전기차가 질주한다
렉서스가 브랜드의 최초 순수 전기차인 RZ450e를 지난 6월 말 국내에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작년 UX300e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한 적이 있지만, 이 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제품이었다. 도요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RZ450e가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데도, 하이브리드 차에 더 집중해온 도요타와 렉서스는 전기차 경쟁에 뒤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도요타는 세계 판매량이 961만대로 글로벌 1위를 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약 2만5000대에 불과했다. 테슬라 판매량(약 131만대)의 7배쯤 됐지만 영업이익률은 7.3%로 테슬라(16.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 내에서도 “완전히 생산 방식을 바꾸고 전기차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도요타와 렉서스 안팎에서는 RZ450e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 차량은 71.4kWh(킬로와트시)의 배터리를 갖추고 1회 충전으로 377㎞까지 달릴 수 있다. UX 300e(233㎞)보다 주행 거리를 대폭 늘렸고 총 312마력을 낸다. RZ450e 출시를 기념해 지난달 21일 방한한 와타나베 다카시 렉서스 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전동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이라며 “렉서스도 한국 시장에 맞는 전동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렉서스가 새로 개발한 ‘e-액슬(e-Axle) 시스템’(모터와 감속기 등을 한데 포함하는 구동 모듈)을 채택한 4륜구동 시스템이 특징이다. 도로 등 주행 환경 변화에 따라 앞뒤 바퀴 토크 배분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리거나 통통거리는 느낌을 막고 코너를 돌 때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오래 개발하면서 전기차 역량도 기본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방향을 잡은 이상 전기차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RZ450e는 수프림과 럭셔리 모델로 출시되는데 가격은 각각 8490만원, 9300만원으로 모두 보조금 대상이다. 국내에선 RZ450e처럼 하위 모델만 8500만원 미만이어도 상위 모델 차량까지 보조금을 준다.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렉서스는 올해 상반기 6950대를 판매해 국내 수입차 시장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3144대)의 2배가 넘는다. 도요타도 3978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2863대)보다 39% 판매가 늘었다. 렉서스의 경우 2019년 이후 4년 만에 1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신차도 잇따른다. 이미 상반기에 RZ450e 외에도 도요타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크라운’을 출시해 판매 중이고, 렉서스도 RZ와 더불어 7년 만에 완전히 변경된 준대형 SUV RX 5세대 모델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고급 SUV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RX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RX450h+ 등 하이브리드만 3종류로 출시됐다. 하반기에는 준대형 SUV 하이랜더 하이브리드와 대형 고급 미니밴 알파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원조 하이브리드’인 대표 제품 신형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11월 출시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노 재팬 운동이 끝나서 분위기가 개선된 데다, 도요타·렉서스를 중심으로 라인업이 대거 확충되면서 구입할 만한 일본차가 늘어났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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