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과 한국의 운전문화 차이

경기일보 2023. 7.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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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필자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1월에 운전면허를 땄다. 처음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을 했을 때 유럽에서는 수동변속인 차를 운전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1종을 따라고 하시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당시에 트럭으로 운전면허시험을 봤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자동변속 차량이 훨씬 더 일반적이다 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굳이 왜 1종을 따냐’는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이후 런던에 살면서 유럽국가들을 자유롭게 방문하다 보니 필자의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동변속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큰 어드벤티지를 가진 것이었다. 차량을 렌트 할 때 수동변속차량이 렌트비도 훨씬 싸니 말이다.

이번에는 수동이냐 자동이냐 하는 유럽 자동차의 테크니컬한 면 외에 영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운전문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필자는 아직까지 영국에서 운전을 해 볼 기회가 없었다. 런던 내에서는 서울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굳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영국의 도로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상당히 달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른 점은 바로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로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다. 도로에서도 우리나라와 반대로 왼쪽 도로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하다가 처음 영국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역주행하기 쉽다. 이 부분은 다른 차들을 따라가면 되기에 크게 헷갈리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상향등의 사용을 봐도 한국에서는 앞을 밝게 비추는 온전한 기능보다 앞의 운전자에게 무언가를 알리고자 할 때나 빨리 가라고 위협할 때 쓰고 영국에서는 양보의 의미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외국인으로서 영국에서 운전할 때 가장 많이 헷갈리고 어려운 시스템은 바로 도로 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라운드어바웃’이다. 한국에서의 로터리, 교차로 정도의 개념인 이 라운드어바웃은 주행규칙이 꽤 복잡해 외지인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골치 아파지지만 라운드어바웃은 생각보다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운드어바웃이 구조상 교통사고를 35%나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일방통행이라 차량이 엉키지 않고 진입 시 상대를 보며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영국의 라운드어바웃 시스템은 운전자들이 서로를 믿고 양보해야만 지속될 수 있는 운전 환경을 만든다. 또 영국의 운전 시스템은 보행자가 우선 이다. 한국에서는 보행자가 운전자의 눈치를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크지만 영국에선 운전자가 보행자를 먼저 배려한다. 이는 다른 유럽국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차가 일단 멈추는 운전 습관이 보편화 돼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최근 우회전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우회전 일시정지 법까지 만들게 되는 상황이 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자 사망자 수는 1천명에 가까운 933명이다. 심지어 이 수치는 지난 10년간의 수치를 분석했을 때 연평균 7.5%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반면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 같은 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같은 해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행자 사망자 수가 376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영국, 운전자들 사이에서 양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운전 시스템을 구축한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과거에 비해 운전문화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지만 영국처럼 횡단보도나 스쿨존에서 일단 멈추기 등과 같은 보행자를 우선하는 운전의 기본을 몸에 새기고 자발적인 실천을 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운전문화가 보편화된다면 이는 강력한 법 제정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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