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수원의 형용사 아름다운 버드내
교동 살던 토박이 후배가 어릴 적 수원천에서 멱감고 빨래하던 이야기를 을지문덕이 청천강 얘기하듯 신나게 얘기하던 기억이 난다.
수원(水原)은 지명 자체가 물의 근원이다. 나도 버드내를 바라보며 40년 넘게 교동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한때는 권선동 집에서 교동 작업실까지 걸어 다녔다. 요즘은 평일엔 다른 코스로 걷지만, 일요일은 꼭 버드내를 따라 걷는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고 대부분 시간을 교동에서 보내고 있다. 교동이 아름다운 건 버드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원에는 버드나무가 참 많았다. 세류동, 유천, 방화수류정 등에도 버들 류(柳) 자가 들어 있는 게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버드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범이라고 하여 모두 베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수원천의 수양버들은 아직 살아남아 겨울이 지나면 연둣빛 물을 들이며 봄을 알린다. 여름엔 녹음이 더욱 푸르고 가을이면 서서히 갈 빛으로 옮겨가고 겨울 눈이 덮이면 하얀 치맛자락을 날리기도 한다. 버드내의 물도 맑아져 물고기와 오리, 두루미 등이 물을 가르곤 한다.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시비도 보이고 운동기구까지 있는 시민들의 멋진 산책길이 되고 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버드내와 더불어 남은 삶도 이곳에서 응시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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