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박물관이 살아 있으려면

경기일보 2023. 7.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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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지난해 8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박물관에 대한 정의를 일부 수정했다.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추가해, 박물관을 ‘대중에게 개방돼 접근이 가능하며 차별이 없고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시설’로 새롭게 정의했다. 유무형의 유산을 수집, 연구, 보존, 해석, 전시해 사회발전에 공헌하는 비영리 상설기관이란 앞 구절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관련 법령에서는 박물관을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박물관은 역사의 저장고인 동시에 산교육의 장이 된다. 시민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사회적 앵커로서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생활 SOC이기도 하다. 도시의 문화환경과 시민들의 교양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며 방문객들은 박물관을 보고 도시를 평가하고 이미지를 새긴다. 이처럼 박물관의 사회적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ICOM이 새삼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그런 박물관의 현대적 미덕에 집중한 결과로 여겨진다.

인천엔 모두 41개소의 박물관이 있다. 그중 23개소가 공립이고 18개소가 대학을 포함한 민간박물관이다. 법적 요건을 갖춘 등록박물관이 29개소이며 미등록 박물관이 11개소다. 지난 6월 30일 개관한 문자박물관은 인천 유일의 국립박물관이다. 수적으로는 서울, 부산 다음으로 많다. 이민, 산성(山城), 심장(心臟) 등 콘텐츠도 다양하다. 하지만 질적수준을 물으면 솔직히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진다.

공립박물관이 문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공립박물관 평가인증 결과 인천은 14개 박물관이 신청해 딱 절반인 7개소만 인증을 받았다. 서울이 86.7%, 부산이 71,4% 등을 기록해 인천에 한참 앞섰다. 평가인증은 설립목적 부합성, 관리의 적절성 등 5가지 기준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인천 박물관들은 특히 공적책임 부문에서 매우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공공박물관이 공적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니,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결책은 소통 강화가 핵심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물관의 공적책임이란 지역사회 협력, 지역사회 활동, 자원봉사자 등이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주민들의 친선을 강화하고 문화 향유권을 충족시켜 주는 근본 목적과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물관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춰 교육, 참여, 교류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행하면 어느 정도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 간 협력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 공동 및 교환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인접한 박물관들을 묶는 관람상품 등도 개발해보자. 시와 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개항장 역사교육 스탬프 투어’는 그의 모범답안이다. 짜장면박물관, 한중박물관 등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어 오면 음료쿠폰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는 영화가 있다. 박제된 유물의 공간이 살아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럴 방법은 있다. 사람이다. 사람이 북적이는 박물관은 영원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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