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들 “중국에 맞서 동맹 안보 이익 보호…북한, 즉각 핵포기해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31개국 정상들이 10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 첫날 중국의 ‘강압적 태도에 의한 안보 위협’을 또다시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회담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동맹국의 안보와 이익, 가치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규정한데 이어 2년 연속 중국에 대한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나토 정상들은 북한의 핵 야욕에 대해서도 “일체의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즉각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나토 정상들은 이날 오후 늦게 발표한 총 89개 항목의 공동 성명을 통해 31개 회원국 간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이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대서양 지역의 평화가 깨졌음을 재차 강조하고 “러시아가 나토 동맹의 안보와 유럽-대서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지목했다. 또 “민간인 공격과 민간 인프라 파괴 등의 러시아의 전쟁 범죄 행위는 결코 용서될 수 없다”며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와 영해에서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공동선언은 이어서 곧바로 중국의 위협을 언급했다. 정상들은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 동맹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중국은 주요 기술과 산업, 핵심 인프라, 전략 물자와 공급망을 통제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이용, 타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조성해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중국은 악의적으로 인터넷 상의 (선전·선동) 작전을 펼치고 대결적 수사와 허위 정보를 통해 동맹국의 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동맹의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 중국이 제기하는 체계적인 도전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선언은 중국의 급격한 핵전력 강화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나토 정상들은 북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공동성명은 이날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프로그램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은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비롯,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우리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과 안전규정을 준수할 것과 일본, 미국, 대한민국을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국들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합의를 내놨다. 우선 “동맹국 전체가 동의하고, 충분한 조건이 무르익으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하고, 일단 가입 절차가 개시되면 빠른 결론이 날 수 있도록 가입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2단계 과정 중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Membership Action Plan)’ 적용을 면제키로 했다. 이는 핀란드와 스웨덴도 혜택을 본 것으로, 핀란드는 가입절차가 개시된지 약 11개월만인 올해 4월 정식 회원국이 됐다. 또 나토와 우크라이나간 안보 협의체인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를 우크라이나가 다른 나토 회원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평의회(council)’로 격상하고,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를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러나 나토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점에 대해 합의를 내놓지 않은 것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간표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전례 없고, 터무니없다”며 “불확실성은 나약함이며, 러시아에 테러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나토 정상회담 둘째날 일정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 리투아니아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빌뉴스 시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지지 콘서트에 참석해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나토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나토 가입을 역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가져온 우크라이나 국기를 직접 펼쳐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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