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가짜뉴스 규제 필요할까
넷플릭스가 2020년 9월에 방영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에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기업이 이용자들의 온라인 활동내역을 분석해 이용자의 성향에 맞춘 광고를 노출해 상품구매를 유도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지배, 통제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AI(인공지능)인데 AI는 이용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가짜뉴스를 추천한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관심사일 뿐 정보가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반복되면 AI가 제공하는 사실만을 진실로 믿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믿고 싶은 정보만 믿고 상대를 배척하면서 좌우의 극심한 대립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토론과 대화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민주주의가 파괴된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가짜뉴스 문제는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심화한다. 지난해 말 출시된 생성형 AI 챗GPT는 가짜뉴스의 제작과 배포를 더욱 쉽게 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사진이 SNS에 퍼졌고 1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을 한 것처럼 제작된 영상이 유포됐다. 한국의 가짜뉴스 논란은 더욱 심각하다. AI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이슈와 관련해 온 나라가 정쟁에 휩싸였다.
허위조작정보로 불리는 가짜뉴스는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정치적·경제적 이익 등을 얻을 목적으로 정보 이용자들이 사실로 오인하도록 생산·유포된 정보'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돼 있으면 가짜뉴스라고 부른다. 원칙적으로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가짜뉴스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폐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규제를 하는 경우 우선 규제의 대상이 되는 가짜뉴스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것 외에 기만적 의도나 고의성, 정치적·경제적 목적 등과 같은 주관적 요소가 필요하다. 가짜뉴스 배포자가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도 고의로 유포하거나 상식적으로 필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을 게을리한 경우 주관적 요소가 충족된다. 악의성이 없거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다면 정당한 의혹제기로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가짜뉴스 규제논의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먼저 가짜뉴스로 인해 개인적 법익을 침해한 자는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모욕이나 명예훼손죄, 그리고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공직선거와 관련된 가짜뉴스라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등을 통한 피해구제도 가능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논란과 같이 피해자 특정이 어려운 집단이나 단체, 사회 일반에 관한 가짜뉴스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데 이에 대해선 마땅한 규제가 없다.
다음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공간인 온라인 플랫폼기업으로 하여금 가짜뉴스로 확인된 콘텐츠를 삭제 내지 임시차단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이런 규제를 하는 방안도 있으나 최근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등과 같이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끝으로는 이용자가 정보의 품질을 평가해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방법,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양하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현재 개인적 법익침해에 대한 민형사책임, 불법정보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부과 방식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만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가짜뉴스의 경우 규제의 공백이 있다.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따라 공론장에서 논의를 통해 가짜뉴스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미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법익침해의 경우에도 규제대상의 확정, 발화자, 온라인 플랫폼, 미디어의 적정한 책임부여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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