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기록 남긴 캐나다 ‘크로포드 호수’, 인류세 표준지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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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anthropos)'와 '시대(cene)'의 합성어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을 나타내기 위해 도입을 검토 중인 지질 시대다.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인류세를 대표할 수 있는 지층인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이 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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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anthropos)’와 ‘시대(cene)’의 합성어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을 나타내기 위해 도입을 검토 중인 지질 시대다.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인류세를 대표할 수 있는 지층인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이 정해져야 한다. 현지시간 7월 11일 인류세실무연구단은 캐나다의 크로포드 호수가 GSSP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크로포드 호수 바닥에 쌓인 퇴적물은 매년 나이테처럼 층층이 쌓여있어 지난 1000년 동안의 환경 변화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핵실험으로 생성된 플루토늄 동위원소와 같은 인류 활동의 기록도 매우 잘 나타나 있습니다.”
발표를 2주 여 앞둔 6월 28일 제7회 동아시아환경사학회(EAEH 2023) 참석차 방한한 사이먼 터너 인류세실무연구단 사무국장(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선임연구원)은 크로포드 호수가 표준 지층으로 선정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질학계는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 시대로 도입할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2009년 지질학자와 관련 연구자 34명으로 구성된 인류세실무연구단을 발족했다. 인류세실무연구단은 2019년 인류세의 시작 지점을 1950년대로 설정했고 작년 말부터는 호수, 해저 퇴적층, 빙하 코어, 산호초 등 세계 12군데의 후보지 중 인류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층을 선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4월 21명이 참가한 세 번째 투표에서 크로포드 호수가 최종 선정됐다. 호수 바닥의 퇴적층이 끊기지 않고 쌓여있어 지질학적 기록이 잘 보존돼 있을 뿐만 아니라 플루토늄 동위원소, 화석연료 사용으로 생기는 구상 탄소입자(SCP) 등 다양한 인간 활동의 증거 또한 명확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터너 선임연구원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중국의 시하이롱완 호수처럼 각각의 후보 지역들은 모두 개성있고 훌륭한 퇴적층을 가졌으나 크로포드 호수에 비해 인류세의 증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남극 팔머 빙하코어의 경우, 인류 활동 흔적인 중금속이 타 지역에 비해 적게 발견됐고 폴란드의 토탄 습지는 퇴적층이 분해돼 매해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등 지질학적 엄밀성이 떨어졌다.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반 년이 넘게 걸렸다. 인류세실무연구단의 투표 인원 중 60% 이상의 표를 받아야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정해진다.
터너 선임연구원은 “크로포드 호수는 투표를 할 때마다 후보지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받았지만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며 “4월 투표에선 두 명의 연구자가 마음을 바꿔 크로포드 호수에 투표하면서 투표가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에 정해지지 않았다면 후보지 선정에 최소 두 달은 더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일담으로 “인류세실무연구단의 사무국장으로서 투표 결과를 가장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역사적인 결과를 아는 사람이 지구 전체를 통틀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어서 혼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류세는 이르면 내년 공식 도입될 예정이다. 터너 선임연구원은 “2024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인류세의 정식 등록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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