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지하 침수, 어린이집 천장 붕괴... 오늘도 굵고 짧은 비 반복

박상현 기자 2023. 7.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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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전국 몸살… 여주 70대 숨지고 부산 60대 실종
서울, 수도권 등 호우특보가 확대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7.11/뉴스1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일 오후 6시까지 폭우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했다고 밝혔다.

경기 여주시에선 소양천 주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운동을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오후 1시 26분쯤 실종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실족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오후 3시 34분쯤 68세 여성이 학장천 주변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에 나섰다.

11일 서울 구로구·동작구에는 1시간 동안 72㎜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동작구 상도동·상도1동·대방동·신대방동과 구로구 구로동, 영등포구 신길동·대림동에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동작구는 작년 8월 8일 시간당 141.5㎜ 비가 내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곳이다. 이날 서울 곳곳이 침수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대로 하남 방향 여의상류에서 한강대교 남단 구간에 물이 고였다. 동부간선로 의정부 방향 성수~성동 구간과 내부순환로 성산 방향 마장램프~월곡램프에서도 침수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쯤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금천구청역 사이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15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쩍 갈라진 울산 하늘 - 11일 오후 울산 하늘에 번개가 치고 있다. 이날 전국에 내린 폭우로 곳곳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1시간 동안 72㎜ 비가 쏟아져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되기도 했다. 11~12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150㎜, 강원·충청·전라·경상권 30~150㎜, 제주도 5~60㎜ 등이다. /연합뉴스

인천 남동구에서는 오후 2시 30분쯤 한 빌라 지하 1층이 침수돼 소방 당국이 10t가량 빗물을 빼냈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통행이 한때 제한됐다. 광주에선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 보육실 천장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중대본은 전국적으로 도로 24개소, 하천변 60개소, 국립공원 12곳 등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상청은 한반도 전역에 비구름대가 형성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지면서 12일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현재 대기 상층엔 북쪽의 한랭건조한 공기가, 하층엔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다. 이 두 공기가 강하게 충돌할 때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오후까지 내리는 비는 게릴라전(戰)에 가깝다. 이날 밤부턴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강한 장마전선이 만들어지며 올여름 장마의 최대 고비가 찾아오겠다. 장마전선의 형태는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은 ‘띠 모양’이다. 이 장마전선은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전선 바로 아래 놓인 지역에 강하고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비는 13일까진 전국에, 14일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리겠다. 15~17일은 다시 비가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비는 18일 이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산 지하차도 침수 -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의 한 지하차도가 호우로 침수되면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경북소방본부

12일 제주도는 폭염으로 끓겠고, 남부 지방도 낮 기온이 31도 이상으로 오르며 무덥겠다. 비가 내릴 땐 잠시 열기가 식겠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곧바로 기온이 오르겠다. 습도가 높아서 최고 체감 기온은 33도 이상으로 더 높겠다. 13일 이후부턴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구름이 햇볕을 막으면서 한동안 한낮 기온은 많이 올라가지 않겠다. 그러나 구름대가 밤사이 식어야 할 지표의 열기를 가두는 효과를 내며 전국 곳곳에 열대야(熱帶夜·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나겠다.

한 주 내내 전국에 많은 비가 예고되면서 빗길 교통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장마철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치사율이 맑은 날 일반도로 사고의 7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 많은 비가 내리면 차량이 쉽게 미끄러지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 거리가 평소의 두 배로 늘어나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0년부터 작년까지 기상 상태에 따른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장마철인 7~8월 고속도로에서 383건이 발생해 3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숫자를 뜻하는 치사율이 9.14명에 달했다. 사고가 10건 발생하면 거의 1명꼴로 사망하는 셈이다. /박상현.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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