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세이버로 쌓은 생사의 철학

김여진 2023. 7.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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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리는 피자세이버(피자를 고정시키는 세발짜리 플라스틱 핀) 수십 만개가 거대한 조형물이 되어 미술관을 채웠다.

나무를 깎고 기름칠해 만든 숲은 관객들을 시간여행으로 이끈다.

미술관 공간특성을 활용, 플라스틱과 나무를 활용한 설치작업을 각 두 개의 독립공간으로 나눈 구성부터 '퍼포먼스'를 염두에 뒀다.

반면 나무 작품이 있는 2전시실 속 '숲, 홀로 서는 사람들'은 '관조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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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김주환 ‘…시간의 세 얼굴’
23일까지 서울 김세중미술관
태백 삼수령 풍경 등 강원자연 영감
21일 작품 해체 퍼포먼스도 진행

무심코 버리는 피자세이버(피자를 고정시키는 세발짜리 플라스틱 핀) 수십 만개가 거대한 조형물이 되어 미술관을 채웠다. 나무를 깎고 기름칠해 만든 숲은 관객들을 시간여행으로 이끈다.

횡성에서 활동하는 김주환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23일까지 서울 김세중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라기 보다 ‘미술공연’, ‘체험형 설치프로젝트’로 소개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한 예술공간을 구현했다.

주제는 ‘Trimurti-시간의 세 얼굴(The Three Faces of Time)’.

횡성 우천면 하대리에서 20여 년째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김 작가의 이번 전시 구상은 태백 ‘삼수령(三水嶺)’에서 출발했다. 삼수령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 등 세 개의 물길이 갈라지는 고개다. 동해·남해·서해로 흐르는 세 강의 분수계가 만나는 유일한 곳이다. 국내 대표 석회암지대로 카르스트 지형과 석회동굴이 있다는 점도 조형적 참고가 됐다. 산과 물, 땅이 만나서 빚어낸 풍경에서 작가는 ‘발산과 수렴’, ‘생성과 소멸’을 봤다고 한다. 발산의 산(散)은 뫼 산(山), 수렴의 수(收)는 물 수(水)자로 바꿔 생각해보는 순간,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갈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 공연’으로 소개되고 있다. “탄생-삶-죽음을 느린 호흡으로 따라가며 체험하고 명상하는 ‘미술공연’”이라는 설명이다.

미술관 공간특성을 활용, 플라스틱과 나무를 활용한 설치작업을 각 두 개의 독립공간으로 나눈 구성부터 ‘퍼포먼스’를 염두에 뒀다.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1전시실, ‘유목과 은둔의 집’은 ‘행위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띄는 요소는 ‘피자 세이버’다. 지난 4일 전시 개막후 약 일주일간 피자세이버를 쌓아올렸다. 기성 제품도 있고, 작가가 작품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오브제도 있다. 강원의 중첩된 산, 종유석·석순이 조형적 이미지로 차용됐고, 빌딩 숲, 이슬람 사원, 고딕 성당 같은 건축물, 빙하 등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물은 한순간, 무너질 예정이다. 그 해체의 순간은 21일 오후 3시에 볼 수 있다.

반면 나무 작품이 있는 2전시실 속 ‘숲, 홀로 서는 사람들’은 ‘관조의 공간’이다. 검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공간을 통해 작가가 만들어 둔 길을 시각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서울대 조형학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2002년부터 횡성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은퇴 후 귀촌한 부모님이 계시는 지역에 작업실을 마련해 정착, 지역 주민들과도 호흡했다.

이번 전시는 ‘강원작품개발지원-강원다운’에 선정된데 따라 마련됐다. 강원의 특색있는 문화자원과 사회적 이슈를 기반으로 한 예술활동을 발굴, 여러해에 거쳐 단계별 지원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이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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