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평 고속道 논란에 '맞불-재추진' 투트랙 전략?
"민주당 게이트" 맞불 여론전
원희룡 장관 "백지화"는 "주민 여론이 중요"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은 11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을 '김건희 여사 일가 부동산 특혜'라 주장하는 야당에 '더불어민주당 게이트'로 맞불을 놓았다. 동시에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른다 '투트랙 전략'이다. 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한 사업 백지화를 '민주당의 정치 공세 때문'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집권 여당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가 예비타당성조사 발표 4개월 전 원안의 종점 인근 땅 250여 평을 구입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역공에 나섰다. 정 전 군수 외에도 김부겸 전 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가 고속도로 노선 인근 땅을 보유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민주당 게이트"라고 역공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종점 변경 노선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타당성조사 용역을 받은 민간 업체가 제시한 안"이라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정권이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 부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기획했다는 말인데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사업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10일) 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과 지역 주민의 뜻"이라며 "여야를 불문하고 정쟁을 걷어내고 지역 주민의 뜻을 존중하는 정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평군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양평군의 15년 숙원 사업인 만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경우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작점인 하남이 수도권 접전지라는 점에서 수도권 전체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책임'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여론은 정부·여당에 부정적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3~7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9%포인트 하락한 39.1%로 나타났다. 특히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있었던 6일은 전날(5일)보다 5.9%포인트 급락한 34.9%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낙폭이 컸다. 인천·경기 지역이 전주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35.9%, 서울은 4.7%포인트 하락한 37.2%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서는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성급했다"는 비판과 "신의 한 수"라는 상반된 평가와 함께,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추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 동구·미추홀을을 지역구로 한 윤상현 의원은 10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공세에는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자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라는 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며 "양평군민들이 얼마나 이 사업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느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현재는 중단된 것이고, 사업의 적정성을 다시 검증한 다음 재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9일 페이스북에 "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대응하면서 국민의 삶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지고 말았다"면서 "즉시 정치적 대응을 멈추고, 원안으로 추진해 정쟁의 소지를 없애거나 양평군과 시민 배심원, 교통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를 구성해 노선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여주·양평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도 10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원 장관이) 정치적 공세에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을 두고 정치적 논리 프레임을 거는 것도 잘못이고, 이에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냉정해지고, 국민을 위해 여러 안을 가지고 공청회와 주민 설명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속 시원하다', '신의 한 수'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치 공세에 일일이 해명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결국 '대통령 처가 부동산 특혜 의혹' 프레임으로 끌려다니게 됐을 것"이라며 "민주당식 가짜뉴스 공세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그는 "원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쟁점이 '백지화가 적절한가'로 바뀌지 않았느냐"면서 "비판은 여당이 아닌 원 장관에게 쏠리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사업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 당내에서는 "당연히 재추진된다"는 게 중론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원 장관의 발언을 "민주당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야당의 공세를 이유로 국책 사업을 백지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은 대통령실에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사업을 백지화할 명분이 더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사과하면 언제든 재추진된다"면서도 "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된다면 타당성 재검토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타당성 재조사는 예타를 마친 뒤라도 국가재정법상 국회가 의결하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조사해 국회에 보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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