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 GS건설, 위기다? 아니다?…'정도경영' 논란도 [TF이슈]
1년 내 PF 1조 만기 도래...붕괴사고 재시공 5000억 원 '부담'
GS건설 측 "무한책임도 정도경영의 일환"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부실공사 여파로 'GS건설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기우라는 평가와 반대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자이 아파트 지하AA13-2 블록 주차장 붕괴사고가 기업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은 과연 얼마나 근거있는 것일까.
"건설사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히 숫자로만 보지 않는다. 신뢰감에 미래가치가 더해지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임원이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의 신용도를 더욱 엄격히 판단하겠다는 신용평가사들의 의견도 그와 비슷하다. GS건설의 이미지가 악화할 리스크가 있다는 의미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GS건설은 자이 등의 브랜드를 통해 독특하고 세련된 고급 아파트로 평가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터진 부실공사로 신뢰감을 손상시킨 상황"이라며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이 있는지 살펴보게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유동성 위기설 사실일까
건설업계 일각에선 GS건설의 자금 조달 여부를 놓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 신용등급마저 하락할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에 대한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자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가 GS건설의 수주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신용도평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청약홈 아파트 분양정보를 살펴보면 GS건설은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약 1000가구 안팎에 이르고 내년 1분기까지 해결해야 할 PF지급 보증 규모가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회사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의견은 동의 하기 어렵다고 GS건설은 일축한다.
GS건설은 대부분 분양성이 좋은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가 이뤄졌고, 현금성자산도 약 4조 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평균 영업이익은 약 7560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하락과 자재비 상승으로 이미 건설업계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GS건설의 PF지급보증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 GS건설의 주가가 폭락을 멈춘 이유
업계의 우려와 달리 주식 투자자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GS건설이 인천 검단 붕괴사고에 대한 재시공 방침을 발표한 지난 5일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에 29% 급락한 주가는 10일부터 외국인 매수 우위로 전환하며 상승세로 방향을 바꿨다. GS건설이 부실시공에 대한 논란을 발빠르게 대응한 직후,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무한책임' 보상방침으로 일단 피해 입주자들의 불안감을 잦아들게 하면서 여론을 달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입주자협의회와 아직 구체적인 협상 단계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발주처인 LH공사와 입주자가 계약당사자간이기 때문에 GS건설의 보상안이 얼마나 신속히 받아들여 질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 할 수 있다. 다만, GS건설은 서둘러 재시공을 마무리하고 입주자의 불편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재시공 관련 비용을 GS건설이 모두 충당할지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여지가 있지만, 우선 GS건설은 재시공을 위한 기존 주택 철거비와 재시공비, 그리고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 등의 손실을 모두 무한책임지겠다고 밝혔다. LH공사와 부실공사에 대한 책임공방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GS건설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수습과 입주자들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건설은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AA13-1·2BL 공공주택사업(검단 안단테 아파트) 17개 동, 1666가구 규모 아파트 전면 재시공과 관련, 철거공사비와 신축공사비, 그리고 입주예정자 관련 비용으로 약 5500억 원을 올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반영했다. 철거부터 신축 아파트 준공때까지 약 5년 간 분할해 투입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11일 <더팩트>에 "구체적인 입주 시기와 관련 비용은 확정적인 내용은 아니며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자 피해 보상안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된 바 없으며 입주자협의회와 충분히 의논해야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임병용의 '정도경영' 시험대
"당사 직원이 세세한 일까지 직접 주도해 시공과 안전, 품질 모든 면에서 수행역량을 끌어올리는 마이크로 관리를 실시하겠다."
'안전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던 임병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과거 발언이 GS건설의 정체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부실공사가 그간 GS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공사 하자들로 한번 금이 간 기업의 신뢰도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주면서, 임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가 이같은 임 부회장의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이는 GS건설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임 부회장의 정도경영을 통해 성숙해진 '자이'의 브랜드 가치는 GS건설 주택사업에 큰 영향을 줬다. 상업시설에도 '자이'란 브랜드를 붙여 수요자들에게 신뢰를 높이며 시장에서 대형건설사의 안정성을 각인시킨 결과, GS건설은 그해 1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 일각에선 임 부회장의 발언의 모순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붕괴사고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까지 공사 전반적인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과 정도경영에 매진할 것이란 발언과 모순되는 지점이다. 국토부는 GS건설의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점검을 추진중이며, 이번 붕괴 사건에 대한 처분 결과는 8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GS건설 측은 여전히 임 부회장의 '정도경영'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해 입주자들을 위한 '무한책임'도 정도경영의 일환이란 논리다. GS건설 측은 <더팩트>에 "잘못한 부분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잘 하겠다고 판단 한 것 역시 정도경영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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