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속궁합”…푸바오 동생 만든 용인 판다 부부 폭풍금슬 [수요동물원]
전문가 “동물원에서 사랑키워 2세 연속 생산했으면, 판다중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강 속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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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버랜드에 살고 있는 판다 가족의 귀여운 공주 푸바오가 쌍둥이 여동생을 봤다는 소식이 화제입니다. 지난 주말 중국 매체를 통해 소식이 솔솔 들려오며 화제가 됐죠. 푸바오가 규정에 따라 고향인 용인의 판다우리를 떠나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에 아쉬워하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될 듯 싶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동물원에 사육중인 수많은 동물중에 단연 인기 넘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판다 가족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출산 소식으로 푸바오의 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 커플의 남다른 금슬과 생산력도 함께 주목받게 됐습니다. 자연이건 야생이건 판다는 지구상에서 번식시키기 어려운 짐승으로 꼽힙니다. 신체적 구조가 그렇고 기질 또한 그렇기 때문이죠. 이 용인 판다 커플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알 수 있는 사료를 오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미국 워싱턴의 국립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이 지난해 판다 입주 50주년을 맞아서 특별 팟캐스트를 제작했습니다. 제목부터 므흣하게 눈길을 끕니다. ‘판다의 성생활(The Sex Lives of Giant Pandas)’. 얼핏 야릇한 생각도 하기에 딱 좋은 제목이지만, 판다의 후사를 보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초창기 동물원 스태프들의 고군분투기를 전해주는 역사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판다들도 일종의 외교사절 역할을 하고 있죠? 중국은 판다를 대표적인 소프트 외교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그 ‘판다 외교’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이 지금부터 51년전입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부부가 1972년 미수교국이자 적대국가였던 중국을 전격 방문했을 때 중국이 선사한 선물 보따리 중 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판다 한쌍이었습니다. 세살배기 암컷 링링과, 한살 연하의 수컷 싱싱이었죠. 판다의 최대의 무기는 귀여움이라는 과학적 분석까지 있습니다. 동글동글한 생김새와 만화 같은 흑백의 몸색깔이 인간의 보호본능을 무한대로 자극시키는 것이 일종의 생존전략이라는 얘기죠. 이런 분석이 충분히 납득이 갈 정도로 귀빈 대접을 받으면서 스미스소니언 동물원 대나무 우리에 입성한 판다 커플은 동물원 최고의 스타로 단박에 등극합니다. 이 부부가 낯선 미국생활에 어느정도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물원 사람들은 조선왕조 왕실에서 세자의 탄생을 기다리듯 후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입니다. 문제는 판다의 기질입니다. 판다는 이들이 속해있는 곰과는 물론 그 어떤 젖먹이 짐승보다도 뜸하게 흘레붙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CGTV이 쓰촨성 야생에서 촬영한 판다 암수의 영상을 한 번 보시죠?
이런 장면이 찍힌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이 반세기전에 제대로 연구가 됐을리가 만무하지요. 만리장성을 쌓으려면 지형지물 탐색이 우선입니다. 동물원측은 판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영상자료를 확보해 축적하고 분석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지은 공간인 동물원에서 사는 동물들은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에서 면제되는 대신 자신들의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걸 감수해야 합니다. 판다 암수가 짝을 지어서 임신까지 갈 수 있는 ‘골든타임’은 1년 중 고작 36시간 안팎입니다. 아무리 사랑에 불타올라 껴안고 뒹굴더라도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게다가 이 짐승은 혼자 살아가는 게 버릇이 돼있다보니 짝을 만나서 흘레를 붙는 것 자체가 서투릅니다. 팟캐스트는 1973년에 벌어졌던 합궁시도 당시의 장면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영상 분석을 통해 36시간 안팎의 골든시간 동안 암컷은 서 너 차례 짝짓기 준비가 돼있다는 시그널을 보냅니다. ‘때’가 됐음을 알려주는 징후는 뒷걸음질과 출혈입니다. 수컷은 개처럼 컹컹 짖습니다. 짝을 짓기 전 암수 한쌍은 피끓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지 우리 곳곳을 재빠르게 뛰어다닙니다. 최적의 시간을 맞았지만, 동물원 사람들을 맥빠지게 한 건 엉성하고 서투르기만한 수컷 싱싱의 테크닉이었습니다. 원하는 자세가 만들어지지 않자 암컷 링링 뿐만 아니라 지켜만 볼 뿐 달려가서 뭘 해줄 수 없는 사람들도 함께 맥빠져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애를 쓰고 또 썼지만 만리장성의 벽돌하나 쌓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1987년에야 비로소 임신 소식이 찾아옵니다. 판다는 단독 생활을 한다는 통념 때문에 링링과 싱싱은 오랫동안 독수공방을 했지만, 야생에서 간혹 암수가 동거하는 사례가 있다는 보고결과가 나오면서 이들의 합사기간을 조금씩 늘려갔어요.
몸이 가까워지니 마음까지 동한것일까요? 두 마리가 한몸처럼 엉켜서 서로를 탐닉하는 모습이 조금씩 자주 보이더니 마침내 미국 입성 15년만에 2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전역이 들썩였어요. 출산전부터 아기 판다를 위한 온갖 선물이 답지했죠. 첫 아기는 쌍둥이였습니다. 불행히도 한마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었어요. 하지만 나머지 한마리라도 살아남았다는 소식에 미국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그 안도의 한숨은 그러나 나흘만에 비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도 감염으로 시들시들해지더니 끝내 무지개 다리를 건넜거든요. 링링은 총 다섯번 임신했지만 불행히도 건강하게 살아남은 2세는 없었습니다. 1992년 링링이 먼저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홀로 7년을 살던 싱싱이 반려자 뒤를 따랐습니다. 이후 텅 비어있던 스미스소니언 동물원 판다 우리에 2000년 ‘2세대 워싱턴 이주 판다’인 암컷 메이샹(2)과 수컷 찬찬(3)이 옵니다. 동물원과 미국인들이 판다 2세 소식을 얼마나 목마르게 기다렸을까요?
동물원은 이들의 성생활을 전담할 교미 전문가까지 초빙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커플은 이전 커플이었던 링링과 싱싱을 초월하는 숙맥이었습니다. 이전 판다 커플이 서툰 자세로 속을 썩였다면, 이번 커플은 아예 짝짓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탑재되지 않은 수준이었던 거죠. 그래서 동물원 측은 아예 노선을 확 수정합니다. 인공수정으로요. 1년에 한번오는 36시간짜리 골든 타임이 돼고, 판다들이 ‘어랏, 이상하다. 내 몸이 왜 이러지?’ 하며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동물원은 준비했던 시나리오대로 인공수정 절차에 들어갑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005년 7월 5일 새벽 3시 41분 건강한 수컷 ‘타이샨’이 태어났습니다. 동물원 입장에서는 72년 판다를 새 식구로 들인 뒤 33년만에 귀한 2세를 본 것이죠.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통해 번식에 성공한 것을 보면, 에버랜드의 판다 커플은 자연 임신으로 첫째와 둘째 쌍둥이를 봤으니 얼마나 폭풍금슬을 과시했는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국내 유명 동물원에서 오래 일했던 베테랑 전문가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판다의 습성과 신체 구조를 감안하면 푸바오의 부모는 역대 최강 속궁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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