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간 정자교 붕괴, 알면서 보수 안 한 '인재'였다

김태원 기자 2023. 7. 11. 23: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5일 오전 9시 45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각 난간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4월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가 제설제와 수분이 침투해 콘크리트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철근을 받쳐주는 힘이 약해져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교량 점검 과정에서 콘크리트 손상으로 보행로 캔틸레버(cantilever·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돼 있는 보) 끝단이 밑으로 처지는 현상 등 문제가 모두 관측돼 보고됐으나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분명한 인재(人災)였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정자교 붕괴 사고 원인 조사 결과와 제도 보완방안을 11일 발표했다. 사고 원인 조사는 수사 기관과 별도로 국토부 산하 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 자체 사고조사위원회가 진행했다.

사고조사위가 정자교 콘크리트 코어를 채취해 실험한 결과 도로부 콘크리트가 제설제와 동결융해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결융해는 콘크리트에 수분이 침투한 상태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고 영상으로 올라가면 녹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콘크리트가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캔틸레버를 지지하는 철근의 부착력이 떨어진 것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사고조사위는 지목했다.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 17개 중 평균압축강도는 최소 25.5㎫, 최대 41.0㎫ 수준으로 설계기준강도 40㎫의 82%(평균 32.7㎫, 기준이하 14개) 수준이었다.

캔틸레버 방식 교량은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떠 있다. 보행로가 교각이 따로 없이 차도와 붙어 지지되는 구조다.

지난 4월 5일 오전 9시 45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각 난간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그런데 캔틸레버 보행로가 아래쪽으로 처치는 힘을 노후한 콘크리트가 이겨내지 못하고 파괴된 것이다.

현장조사 결과를 반영한 구조해석 결과 정자교 도로부 슬래브는 안전율(1.0)을 확보하고 있지만 캔틸레버부(보도부)는 콘크리트 상면에서 아래쪽으로 약 13㎝까지 열화돼 캔틸레버 부분의 처지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전 교량 점검 과정에서 도로포장의 균열과 캔틸레버 끝단 처짐, 파손 등 문제는 모두 관측·보고됐다. 그런난 이에 대한 원인분석과 관련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보수·보강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붕괴 시나리오를 보면 '도로부 포장 노후화→열화요인 작용(물리, 화학적)→콘크리트 열화→철근 정착력 감소→정착력 대비 인발력 과다→철근 빠짐'으로 요약된다.

게다가 정자교는 지난해 하반기(8월 29일∼11월 26일) 정기 안전 점검에서 '양호'(B등급)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는 시설물안전법 개정을 추진해 관리 주체가 교량을 지속적으로 보수·보강을 하도록 상시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시설물 관리를 위한 인력·재원을 확보하도록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중대 결함과 D·E등급 시설물에 대한 보수·보강 완료 기한은 지금의 최대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보수·보강을 하지 않으면 지금은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이를 2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2·3종 시설물의 경우 30년이 경과하면 정밀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안전 등급 산정 기준을 강화하고 공공 시설물에는 관리자·점검 일시·안전등급 등 안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한다.

지자체별 시설물 안전평가 결과는 매년 공표하도록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앞서 이 사고로 40대 여성이 숨지고 20대 남성이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붕괴 원인을 '교량에 대한 적절한 유지보수 부족'으로 결론낸 바 있다.

정자교 붕괴 사고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 형사 처벌과 관련 업체 행정 처분이 이뤄진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성남시 분당구청 교량 관리 부서 전현직 직원 10명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 위반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교량 점검업체 5곳 직원 9명을 입건한 상태다.

한편 국토부가 전국의 캔틸레버 교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2만9천186개 도로 교량 중 캔틸레버 교량은 1천313개였다.

지역별로는 캔틸레버 교량의 24%(319개)가 경기도에 있었다.

1기 신도시 내 캔틸레버 교량 56개 중 대부분인 51개(91%)가 분당에 있다. 정자교도 분당 신도시 조성 시점인 1993년 지어졌다.

국토부와 지자체가 1기 신도시 교량에 대한 합동 실태점검을 한 결과, 2개가 긴급 점검, 1개는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는 정자교 등 17개 캔틸레버 교량의 보도부를 재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