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가짜 과학’으로 국제기구 부정할 수 없다
거친 억지 괴담… 대한민국의 국격 실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거친 방한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떠났다. 야심한 자정 무렵의 입국부터 부끄러울 정도로 거칠었고, 거대 야당과의 만남도 못지않게 거칠었다. 오로지 일본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과 총선 전략 때문에 국제기구의 수장을 푸대접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가 이익은 완전히 실종돼버렸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 거친 억지 괴담만 거칠게 쏟아내는 야당의 모습은 참담하고 절망적이었다.
보고서에 명시된 ‘면책조항’(Disclaimer)에 대한 야당의 억지도 도를 넘어선 것이다. 면책조항은 모든 기술평가 보고서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필수 요소다. 그래서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합리적인지를 평가해주는 보고서에도 면책조항이 등장한다. 속도제한의 합리성에 대한 평가를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책임져야 한다는 근거로 삼지 말라는 뜻이다. 평가 결과의 활용 과정에서의 책임소재를 밝힌 면책조항이 평가의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는 없다.
오염수의 처리·희석·방류는 일본이 다양한 정치·경제·사회·기술적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한 주권적 판단이었다. IAEA가 책임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IAEA는 일본이 선택한 오염수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국제 관행과 과학의 입장에서 평가해주었을 뿐이다. 그런 IAEA가 방류 이후에 발생할 모든 안전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오염수의 처리·희석·방류가 우리 바다와 수산물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괴담’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찾을 수 없는 엉터리 ‘가짜 과학’(fake science)에 혼을 빼앗긴 결과다. 해류는 오염물질을 운반해주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오히려 오염물질을 분산시켜 흩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후쿠시마의 오염수가 우리나라로 흘러온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인 가짜 과학이다. 후쿠시마에서 페트병 1조(兆) 개를 버렸는데 그중 1개가 제주도에 도달한다고 ‘페트병이 해류를 따라 흘러왔다’고 할 수는 없다.
물의 일부로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생물축적도 어처구니없는 가짜 과학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과 오염수의 분석 결과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경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진짜 중요한 것은 태평양으로 내보내는 ‘방류수’의 오염 수준이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는 정화조 오수(汚水)의 수질을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일본이 경제적 이유로 방류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대기와 지하수 오염의 위험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전 세계를 ‘실험실 쥐’로 만들 수 없다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이 바로 그런 뜻이다. 우리가 미국·뉴질랜드·캐나다 대신 일본의 소수 야당과 태평양도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도 없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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