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수박’·‘숨은 좌파’ 소리 들어…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서울 모든 동(洞)에서 승리하는 압승을 거두고 최초로 4선 고지에 오르며 운신의 폭을 키웠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섰다. 그러나 이후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쉽지 않은 1년을 보내야 했다. 여름엔 기록적 폭우로 인명 피해까지 났고, 가을엔 이태원에서 초유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그는 사태를 수습하면서 노련한 행정을 펼쳤다는 평가와, 보다 유연한 행보가 아쉬웠다는 주문을 동시에 받았다.
―‘인간 오세훈’의 철학이나 가치관 중 시정 구현을 뒷받침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인간은 ‘보람’ 때문에 산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보람을 어디서 찾는진 다를 수 있지만, 제겐 사회를 얼마나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는가가 척도다. 저는 서울시장직을 굉장히 사랑한다. 1000만 시민이 먹고, 자고, 일하고, 즐기고 이런 모든 일상이 벌어지는 도시 서울이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면 그 이상 큰 보람은 없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성공이란 무엇인가’)에서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거나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게 성공’이라고 했다. 저는 운명적으로 서울시장을 4번이나 할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큰 행운이다. 그래서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지형에서 오 시장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를 둘러싼 논란만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풀 수는 없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임자가 잘못한 건 집요하게 얘기해야 한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다. 가령 부동산 가격 폭등은 분명 전임 시장과 정권의 잘못 때문이다. 그걸 부인하면 안 된다. 그 얘길 안하고 어떻게 해법이 나오나. 저도 얘기하기 싫다. 그런데 시민들은 알고 계셔야 한다. 그 사람들(전임 대통령과 시장)이 서울시와 중앙정부를 ‘말아먹는’ 바람에 국민 모두가 도탄에 빠진 것 아닌가. 10년만 돈을 벌면 집을 살 수 있던 나라에서 20년, 30년을 벌어도 못 사게 된 게 누구 때문이냐. 처음엔 이성 때문에 자제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전임 시장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해놓을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오 시장은 “그래도 제가 참모라면 전임자 비판은 자제하시라고 조언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한 정무직 공무원은 “(오 시장이)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시정’에 방점을 두려다 보니 그렇게 언급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2023년의 경험 많은 최다선 시장이 2006년 40대 중반의 최연소 시장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대로 2006년 당시 선배 시장 입장에서 2023년의 후배 시장에게 조언을 한다면?
“하하하…. (지금은) 시장 업무에 전념하겠다.”
김주영·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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