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최고재판소 “수술 안 한 트랜스젠더, 여성 화장실 제한은 위법”
일본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직원의 여자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NHK 등에 따르면 경제산업성 50대 직원인 원고는 경산성에 들어온 후 ‘성 정체성 장애’(육체적 성과 반대의 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로 진단받았다. 그는 건강상 이유로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없었으며 호르몬 치료만 받았다. 법적으로는 계속 남성으로 남았다. 일본에서 법률상 성별 전환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 직원은 상사와 상담해 2010년부터 직장 내에서 여성 복장으로 근무했다. 화장실은 여성 화장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경산성은 다른 여직원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사무실이 있는 층에서 2층 이상 떨어진 여성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직원은 이 제한을 철폐해 달라며 공무원 인사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인사원에 경산성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직원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여자 화장실 사용 제한을 위법으로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합법으로 뒤집혔다. 2심은 상사로부터 “남성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다”는 발언을 들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액도 대폭 감액했다.
최고재판소는 11일 “인사원의 판정은 다른 직원에 대한 배려를 과도하게 중시하는 한편 원고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해 받는 일상적인 불이익을 부당하게 경시했다”며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법 판결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2심의 11만엔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일본에서 성소수자의 직장 환경과 관련한 소송에서 최고재판소가 처음으로 내린 것이다. 향후 공공기관과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최고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새로 마련된 성소수자 이해증진법(LGBTQ법)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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